18. 그래서 새싹, 힘들더라도 어렵더라도 하려고 해야

by 흙땅

나이차가 나도 괜스레 편한 어른이 있다. 가끔은 그 순수함이 내 또래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단단한 내면에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한다. 내가 고민 있다 말하지 않았음에도 특유의 ‘꼰대력’으로 내게 배움을 주려 한다. 그것이 나에게 해당 없는 말일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나의 속을 보고 있는가 싶을 정도로 내게 꼭 필요한 말을 해주시기도 한다.


50에 가까운, 어쩌면 50이 넘었을지 모르는 남자 어른과 가볍게라도 ‘편한 대화’를 하는 것은 그분이 유일할 것이다.


“새싹, 해결법을 생각해야 해. 쉬운 것만 하려고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사람이 멍청해져. 멍청해지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불평, 불만을 하게 돼. 자기 고집과 아집에 빠져. 자신이 못한 이유를 다른 것에서 찾으려고 해. 자기가 하지 않은 탓인데도. 그래서 새싹, 새싹은 힘들더라도 어렵더라도 하려고 해야 해.”


내게 꼭 해주고 싶어 하는 말이라기보단 어쩌다 나온 말일 가능성이 컸다. 가끔 머리에 있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누구에게든 내뱉어 보는 습관이 있으니.


그러나 그 말은 나에게 꼭 맞는 말이었다.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겠노라. 스스로를 내버려 두고 살아가는 대로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어쩌면 그땐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나의 할 일은 끝이라는 자포자기와 자기 연민에 빠져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정신이 깨어졌다. 내가 가장 되고 싶지 않았던 ‘멍청한 사람’이 지금의 내가 아닌가. 나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다른 곳에서 찾아내며, 삶을 원망하는 이 모습은 내가 원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눈을 감고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괴로워서 감은 것일 테지만 나중엔 내가 눈을 감았단 사실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제야 내가 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원치 않았던 길로 걸어가는 나 자신이 말이다.


귀를 닫고, 눈을 감고, 입을 다물고, 생각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삶은 ‘편하다.’ 그대로 멈춰서 사람들이 하는 생각을 따라가고 사람들이 하는 모든 것을 모방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러한 삶은 원하는 사람은 없다. 어쩌다 보니 계속해서 ‘편한 길’로 가게 된 것뿐이다.


편안함의 습격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을 누군가 소개해 준 적이 있는데 그것에서 나를 흥미롭게 만든 내용은 바로 인간은 이제까지 불편하게 살아왔다는 것이었다.


밥을 한 번 먹으려고 해도 먼 길을 걸어가 먹잇감을 사냥하는 긴 노동력이 필요하다. 인간은 지금껏 불편함을 감수하며 그것을 이겨내는 방향으로 살아왔다. 그렇게 진화해 왔다.


‘배고픔’이라는 것도 우리에겐 불편하고 빨리 해소하고 싶은 것이지만, 나의 몸에는 배고픔을 통해 불필요한 성분들 그리고 지방을 분해하게 된다. 사람의 몸은 그러한 불편함을 통해 몸을 유지하고 살아가게 하는 장치가 되어 있는데 현재의 우리는 지나치게 편안함을 추구한다.


그 편안함이 오히려 스스로에게 독이 된다. 고민하고 생각하고 고통을 감수하고 인내하고 싸우고 오래도록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불편함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이토록 편하고 여유로운데 왜 행복하지 않은가에 대한 답도 찾았다. 행복은 편하게 눕는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꿋꿋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새싹, 해결법을 생각해야 해. 쉬운 것만 하려고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사람이 멍청해져. 그래서 새싹, 새싹은 힘들더라도 어렵더라도 하려고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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