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누구에게, 어디에서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말이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에 콱 박혀 나를 아프게 만들었다.
지는 것도 습관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당시 나는 아주 엉망이었다. 엉망이지 않았던 적이 없을 정도로 내 삶은 원색적인 비난과 충동과 모멸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내 안의 목소리와 싸워 이길 때와 그러지 못할 때의 나는 매우 다르다. 나는 자신감에 차 있고 즐거워하며 웃음을 참지 못할 때도 있고 아주 조용하게 입의 문을 지키고 사람의 눈을 바라보는 것조차 어려워할 때가 있다.
나는 도전하며 스스로를 독려하며 행동하고 비참함을 이겨가며 나아가기도 하지만 모든 걸 참지 못하고 도망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대부분 도망쳤다. 애써서 도전하고 이제까지 일궈온 것들은 다 무너뜨리고 기어코 작은 싹까지 뽑아버린다. 다 그만두고 도망쳐 버린다.
그것은 나의 안 좋은 습관 중 하나다. 견딜 수 없으니 내가 책임 질 어떠한 것도 남기지 않고 다 내어버리는 것이다.
노킹온 헤븐스 도어라는 영화 안에는 두 남자가 나온다. 두 남자는 시한부였고 바다를 본 적이 없었다. 두 남자는 어떠한 것도 책임질 생각 없이 모든 걸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바다로 차를 몰고 간다.
그곳에서 둘은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를 보며 생을 마감한다. 걱정도 불안도 없이 그저 끝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것과 다르다. 그것은 연출된 상황일 뿐이다.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도망간 자에게 천국이 있을까. 도망이 그 사람의 결말이라면 그 사람에게는 천국이 없다. 또 다른 지옥을 만나게 될 뿐이다. 다만 나는 간절히 기도한다. 내가 지금은 도망쳐도 결국은 다시 돌아가길.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내가 해내야 할 일 앞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내가 여러 차례 도망치고 회피한 곳은 항상 막다른 길이었다. 길은 길인데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는 곳이었다. 거기엔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후회와 필사적인 외면뿐이었다.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내가 갈 곳이 없다.’라는 것과 ‘내가 있을 곳이 이곳밖에 없다.’는 외로움이었다. 나아갈 방향을 잃었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은 것과 같다.
이기려는 마음이 없이 계속해서 도망친 사람은 결국 쉬운 길만을 떠올리게 된다. 쉽고 또 쉬운 길을 걸어가려다 멍청해진다. 멍청한 사람은 고집과 아집을 부리고 불평불만을 내뱉는다. 멍청해졌기에 무엇이 옳은지 분간하지 못한다. 모든 것을 나 아닌 다른 것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노력하지 않았기에, 애쓰지 않았기에 해내지 못한 것이다.
도망치는 것은 나쁜 게 아니다.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라는 말도 있다. 다만 나의 결말이 도망이 되어선 안된다. 다시 나아가야 한다. 내가 한계를 느낀 그 지점으로 다시 가야 한다. 다른 길을 찾아봐도 좋다. 중요한 것은 도망가는 나를 합리화하며 쉬운 길로만 가는 것이다. 그곳엔 천국이 없다. 내가 수도 없이 가 봤기에 안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