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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누나 Jul 10. 2017

목욕탕 이야기

7/10/2017 장맛날

서울은 오늘 하루종일 비가 온다. 정말 하루종일. 어디에도 나갈 수 없었다. 어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 바로 옆 차가 어두운 빗길에 중앙선을 못보고 역주행하는걸 보고 비오는 날의 위험성이 각인되었다. 그래서 난 하루종일 현이씨 작가의 웹툰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https://www.myktoon.com/web/times_list.kt?webtoonseq=6)'을 정주행하였다. 


나는 몇날 몇일 집에만 있어도 되는 사람인데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 온종일 누워있으려니 좀이 쑤시는 거다. 허 참 이상하게 30대 중반이 되어 호르몬의 변화가 생기는건지, 냉장고 이불마저 눅눅하게 만드는 날씨 때문인건지 일어나 샤워를 했는데도 무언가 몹시도 행동을 촉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장맛날 목욕탕에 갔다. 차에 타는 찰나에도 운전석 문짝이 비에 다 젖을 정도로 비가 우수수 떨어졌다. 세간에 비오는 날엔 목욕탕에 가지 않는다는 소리가 있는지 매우 한산했다. 나도 목욕탕 2년차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폭우가 내리는 날에 목욕을 오는 사람들이 목욕을 온다는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몇 일 동안 목욕 결석을 했기 때문에 무엇이 바꼈는지 살펴보았다. 우선 여탕 문에 "탕 내 염색 금지" 공지가 붙어있었다. 몇 일 전에 숏컷 깜씨 아줌마가 염색을 하고 목욕탕 구석에서 염색약을 씻어내는걸 봤는데, 맘에 안들었던 누군가 있었나보다. 바로 반영된걸 보니 목욕탕 서열 탑 클래스의 아줌마이신듯. 

평소보다 2시간~ 4시간 정도 빠른 시간에 가니 열탕은 43도에 물이 넘실넘실거렸다. 냉탕은 26도에 맞춰져있었다. 6시 넘어서 가면 물도 가득하지 않고 냉탕은 28도까지 올라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4시에 오는 아줌마들은 이 냉탕물에 감지도 않은 머리를 담그고 배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뭐 탕에서 나와서 바로 물기털고 나가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찝찝하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도 그냥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게 되었다. 아무리 샤워를 하고 나서 욕탕에 들어가라고 공지가 붙어있어도 개인의 이런 생각과 행동이 모여서 '죄수의 딜레마'가 생겨나는 거겠지. 


암튼 목욕을 다 마치고 났더니 비오는 날 몸에서 하얀 김이 오르는 느낌이 참 좋았다. 분명 비 오는 날은 추적추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분위기인데 무어라도 해서 좋은건지, 목욕이 주는 효용이 비오는 날과 잘 맞아 떨어지는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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