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기누나 Jun 11. 2017

새로운 사람 만나기

6/10/2017 : 30대 중반의 어느 날

친구의 친구를 소개받아 셋이서 같이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30대 중반


아마 10대였으면,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크지 않았을 정도로 재빠르게 서로 동화되었을 것이다. 오늘 처음 만난 이 친구가 한 10년은 만났던 사람이 된다. 

20대라면,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대개 대학생 때 일어난다. 20대 후반, 첫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도 종종 친구로 남길 수 있는 때이다. 

이제 30대이다. 1세대를 살아남은 30대의 삶의 반경은 어느 정도 고정된다. 내가 일하는 분야, 다니는 곳들, 관심있는 것들의 어제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에겐 싫은 단어로 들리겠지만 '안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더욱 고정, 안정되어 있다. 미혼에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건 소개팅이나 선을 볼 때이다. 연애를 한다면 그 사이 어디쯤일게다. 그 외의 만남이라면 같은 관심을 지닌 동호회나 모임 같은 곳에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난다. 선하든 음흉하든 암튼 목적이 있는 만남이다. 이 중 친구로 남는 사람들도 몇있을 테지만, 대개는 단기로 끝난다. 그러니 이런 시기에 새롭게 만나는 사람은 경계부터 할 필요가 생긴다. 


우리네 사람 만남이 이런 흐름이니 태어났을 때부터 생성되는 지연, 10대, 20대 초반까지의 학연이 무섭다는 걸거다. 


30대 중반, 오늘 새롭게 만난 사람은 '그저 만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신기하고 특별했다. 친구를 사이에 두고 친구의 친구라는 점만 공통적이었다. 살아 오면서 겹친 흔적도 없고, 활동하는 분야도 다르다. 우리는 1. 30대, 2. 친구의 친구 끝.


공통된건 이 두가지 뿐인데도 여자 둘, 남자 하나는 5시간을 떠들어 댈 수 있었다. 30대가 하는 고민은 비슷했다. 일, 결혼. 나의 친구이자 그의 친구인 그녀는 우리의 사랑을 너무도 많이 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녀의 문제투성이 연애는 새로 만난 우리의 공통된 관심사이다. 맛있는 음식이 있고, 술도 있었다. 집에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30대 셋은 처음 보았더라도 맘 속 깊은 고민들을 더 쉽게 터놓을 수 있었다. 


30대의 만남을 알기에 이 셋은 만나려 만나지 않는 이상 만날 일도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겹치는 동선없이 각자의 바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친구를 통한 안부를 듣게 된다면, 아 그 사람~ 하면서 즐거웠던 어제의 접점을 기억해내야 할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 만나, 쟤 없으면 못살거 같았던 친구들 중 아직도 계속 연락하고 만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10대, 20대, 30대가 되면서 만남을 지속해야 한다는 생각은 점차 사라진다. 다만, 그 시간의 즐거움만 기억해 내면 고마운 것이다. 쿨한 30대의 만남. 훗날 어디서 만나게 된다면 웃으며 마주칠 수 있는, 그 정도면 된다. 





작가의 이전글 목욕탕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