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5일
요즘 류시화 시인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를 읽고 있어요. 책 중간에 이런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나는 누구인가?”를 묻기 이전에 “나는 무엇이 아닌가?”라는 물음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정된 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명사’로 고정시킨다면 자기규정에 갇힌 존재가 되는 것이에요. 그렇기에 ‘나’의 품사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나를 단 한 가지로 규정할 필요가 없죠. 나를 규정하는 ‘동사’가 얼마나 많겠어요.
그런데 나를 규정하는 ‘동사’를 정의하기 힘들 때, 반대로 “나는 무엇이 아닌가?”를 물음을 떠올리고 하나씩 잔가지를 쳐가다 보면 흐릿했던 내가 조금씩 선명해진다는 것입니다.
잠시 책 읽기를 멈추고 “나는 무엇이 아닌가?”를 생각해 봤습니다. 한 10가지 정도.
1. 나는 흡연자가 아니다.
2. 나는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다.
3. 나는 OTT 가입자가 아니다.
4. 나는 음악 차트 TOP 100을 듣는 사람이 아니다.
5. 나는 남들 차종이나 차 번호를 외우는 사람이 아니다.
6. 나는 프리미엄 축구를 보는 사람이 아니다.
7. 나는 혼자 밥 먹는 걸 껄끄러워하는 사람이 아니다.
8. 나는 포기하는 걸 주저하는 사람은 아니다.
9. 나는 종교인이 아니다.
10. 나는 보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