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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쁜남자 Oct 21. 2024

팔꿈치 통증 테니스 엘보로 고생한 썰

턱걸이로 등 운동하면서

그 당시는 저는 무척 바빴습니다. 제가 하는 수많은 업무 중 하나는 기계설계입니다. 어떤 날은 솔리드웍스라는 3D설계 프로그램을 켜놓고, 하루 종일 설계만 하는 날도 있죠. 그때가 딱 그랬습니다. 마치 프로게이머가 게임하는 것처럼 오른손으로는 연신 마우스를 탁탁탁탁 클릭하고, 왼손으로는 키보드를 탁탁탁탁 두드려야했습니다.



일에만 열중했던 것도 아닙니다. 제 개인시간에도 열정적으로 투자했죠. 주 5일 정도는 헬스를 했고, 주말에는 테니스까지 쳤습니다. 회사에서 온종일 앉아만 있었기에 의도적으로 동적인 활동에 집착했습니다. 이렇게라도 움직여야 내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과하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죠. 







하루는 헬스장에서 턱걸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학창시절에 다들 턱걸이 한번쯤은 해본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운동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분들이라면 턱걸이라는 운동이 등 운동이라는 걸 떠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철봉을 잡자마자 가장 먼저 힘이 들어가는 부분은 팔이기 때문입니다. 턱걸이를 못하는 이유도 내 완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 내 등 근육이 발달하지 못해서라고 생가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 당시 저는 헬스 초보였기 때문에 턱걸이를 하지만 제대로 등 근육을 쓰지 못하고 팔 힘으로만 악착같이 깔짝깔짝 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주사바늘로 콕 찌른 것처럼 오른쪽 팔꿈치가 따끔했습니다. 그 순간,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였습니다. 혹시 몰라 다시 턱걸이를 시도했습니다. 이제는 봉을 쥐는 것만으로도 따끔함이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근육통이라 생각하고 집에 가서 팔꿈치에 파스를 뿌렸습니다.







문제는 다음날부터 벌어졌습니다. 출근해서 다시 설계를 하려고 하는데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팔꿈치가 따끔거렸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펜을 손에 쥐고 글씨를 쓰려고 해도 팔꿈치가 아프고, 양치를 할 때도 팔꿈치가 아프고, 차키로 시동을 걸려고 해도 팔꿈치가 아프고, (그 당시 제 차는 2007년도식 중고 아반떼HD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주먹만 쥐어도 팔꿈치가 아팠습니다. 당연히 그때까지만 해도 근육통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한의원 가서 며칠간 침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혼전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진찰을 보시고, 흔히 ‘테니스엘보’라고 불리는 ‘외측상과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팔꿈치의 외측 인대를 과하게 사용하여 염증이 생긴 거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근육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날 바로 팔꿈치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고, 날마다 정형외과에 방문해서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신기하게도 며칠이 지나니 더 이상 팔꿈치가 아프지 않았습니다. 팔꿈치가 다 나았다고 생각한 저는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고, 다시 열심히 마우스를 클릭하고, 테니스를 치고, 턱걸이를 했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 다시 아파왔습니다. 뒤늦게 알았습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염증을 없애주는 것보다는 통증을 잊게 해주는 것이라는 점을. 저는 그것도 모르고 염증이 다 나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팔꿈치가 아프면 주사 맞고, 그러다 좀 나아지면 다시 운동하고, 다시 또 팔꿈치가 아프면 주사 맞고, 그러다 좀 나아지면 다시 운동하고, 의사 선생님들께서 알면 기겁을 할 만한 오류를 반복하고 말았습니다. 



제 삶은 그 뒤로 모든 것이 멈췄습니다. 헬스도 하지 않았고, 테니스도 치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설계 업무까지는 멈출 수 없으니, 팔꿈치에 보호대를 착용했습니다. 흔히 스포츠 선수들이 착용하는 보호대와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팔꿈치 전체를 감싸는 얇은 보호대가 아니라 전완근 쪽만 강하게 압박하는 밴드 형태의 보호대입니다. 보호대로 힘줄을 압박하여, 염증이 생긴 부위의 부담을 덜어주고, 팔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일할 때뿐만 아니라, 하루 내내 팔꿈치를 착용하며 생활했습니다. 양치할 때도, 운전할 때도, 글 쓸 때도 말입니다. 



그렇게 2~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사이에 그 어떤 운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아도 팔꿈치가 아프지 않았고, 장시간 마우스를 클릭해도 팔꿈치가 아프지 않았습니다. 테니스 엘보를 치료하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역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휴식입니다. 가능하면 팔꿈치를 쓰지 않는 것이죠. 그런데 팔꿈치를 무조건 안 쓰며 살 수는 없으니, 무리한 동작은 줄이고,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하고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주면서 팔의 긴장을 완화시켜줘야 합니다.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동안.







최근에 그토록 하고 싶던 헬스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팔꿈치 통증이 없습니다. 하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늘 조심하려고 합니다. 운동 전에도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주고, 부상 방지를 위해 보호대도 착용하고 운동합니다. 겉멋이 아닙니다. 건강하려고 땀 흘리는 건데 부상과 통증 때문에 운동을 멈춰야 한다면 너무 억울하죠. 당연히 건강도 잃게 되고요. 늘 무리하지 말고 안전하게 운동하세요. 조금이라도 아프면 치료와 회복에 집중하세요. 



혹시 몰라

예전처럼 턱걸이는 하지 않지만

조심스럽게 운동하며

오늘도 딴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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