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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쁜남자 Oct 28. 2024

남 시선을 신경 쓰면서 운동하기

레그 익스텐션으로 하체 운동하면서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저는 공부하는 걸 싫어했던 아이였습니다. 집중력은 왜 그리도 없는지, 한 문제 풀고 딴 짓하고 한 문제 풀고 딴 짓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열심히 집중하여 공부해도 모자랄 판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공부했습니다. 집중력이 향상되는 시냇물 소리나 바람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클래식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주로 록 음악을 들으며 공부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 공부를 한 것인지 음악을 들은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상 앞에만 앉으면 온 몸이 근질근질 거렸습니다. 일단 책을 보면 목이랑 어깨가 뻐근해지기 시작하고, 허리도 아파오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은 점점 뒤로 젖혀지다가 나중에는 반 누운 상태로 삐딱하게 앉아있거나 낮은 포복자세로 책상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책상에 한쪽 뺨을 붙이고, 마치 광어 눈처럼 앞을 보는 것도 아니고 옆을 보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시선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산만해도 그렇게 산만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한테 공부 좀 하라고 야단치신 적은 없습니다. 다만, 책상에 앉아 온갖 쇼를 하고 있는 저를 보며 항상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공부 할 거면 남이 봐도 하는 것처럼 해라.”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저는 과연 그때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있던 것일까요? 집중력이 떨어졌다면 차라리 맘 편히 푹 쉬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물론, 집중력은 늘 떨어져있었지만) 그때 제 모습은 남이 봐도 공부하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제대로 놀기라도 할 걸.)



우리는 남 시선을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든 나답게 내 인생을 살라는 소리입니다. 그런 와중에 남이 봐도 공부하는 것처럼 하라는 말이 남 시선을 신경 쓰며 살라는 말처럼 들려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럴 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헬스장에 가는 걸 꺼려하는 이유는 남 시선 때문입니다.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나를 남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부담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헬스장을 꺼립니다. 헬스장에 가면 모든 사람들이 나만 바라보는 것 같고, 트레이너들마저 나를 감시하는 것 같습니다. 복잡하게 생긴 운동기구 앞에서 망설이다 결국에는 런닝머신 위에서 걷기 운동만 하다가 집에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남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운동할 수 있는 홈트를 선택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며칠 열심히 하다가 하루 이틀 거르기 시작하면 운동 빼먹는 건 일도 아닙니다. 또한,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헬스장에 있는 운동기구를 활용할 때와 비교했을 때 운동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몸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헬스장에서만큼은 오히려 남 시선을 신경 쓰면서 운동하는 게 좋습니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남이 봐도 운동하는 것처럼 운동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힘을 써야 한다는 말이 포인트입니다.







솔직히 운동이라는 것 자체가 힘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헬스장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 운동은 저항을 이겨내는 동작들입니다. 무거운 것을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려야 하고,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려는 것을 받쳐서 버텨내야 하고, 그만하고 싶은 욕구를 이겨내어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해야 하는 동작들입니다. 힘을 써야 하니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힘을 쓰고 있다는 건 얼굴에 바로 드러납니다. 눈을 질끈 감기도 하고, 이를 악 물기도 하고, 호흡을 참는 동안 얼굴이 시뻘게지기도 합니다. 운동 1세트를 마치면 숨이 차오르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마치 화보를 찍는 것처럼 편안하게 웃으면서 운동한다면, 무게가 너무 가볍거나 횟수가 부족하거나 동작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근력 운동이라기보다는 단순한 동작이나 움직임 정도로 그치는 것입니다.







하체 운동 중에 레그 익스텐션이 있습니다.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허벅지 앞쪽 근육을 발달시키는 운동입니다. 본격적인 하체 운동에 들어가기 전에 선피로 차원에서 레그 익스텐션을 하는 경우도 있고, 굵직한 하체 운동을 마치고 마지막에 허벅지 근육을 끝까지 쥐어짜는 목적으로 레그 익스텐션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후자에 속합니다. 



레그 익스텐션 동작을 보면 마치 주리를 트는 자세와 비슷합니다. 가벼운 중량이라 할지라도 허벅지 앞쪽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 들면서, 운동을 마치고 기구에 내려오면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걷기조차 힘듭니다. 극강의 고통을 선사하는 레그 익스텐션을 할 때만큼은 편안하고 예쁜 얼굴로 운동할 수 없습니다. 형벌을 받는 죄인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죠.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정도 힘들고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분인 야샤 하이페츠(Jascha Heifetz)는 “하루 연습을 안 하면 내가 알고, 이틀 연습을 안 하면 비평가들이 알고, 사흘 연습을 안 하면 청중이 안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원리입니다. 남들이 그 사람 얼굴만 봐도 얼마나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적당히 남 시선을 신경 쓰면서 남이 봐도 운동하는 것처럼 오늘도 열심히 운동합시다.



레그 익스텐션을 하며

오늘도 딴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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