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고기집 아르바이트생이다.
나는 퇴사한 지 2주 안된 백수이자 소고기집 아르바이트생이다. 퇴사와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하고자 패기 있게 면접을 봤고, 나는 면접 프리패스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27살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는 게 소원이었던 나는 이젠 의자가 너무나도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우선 아르바이트생으로써 가장 좋은 일자리란,
위치가 모호해서 손님이 없고, 최저시급을 맞춰주며, 까다롭지 않은 사장님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이의 생각대로 그런 곳은 이미 발 빠른 얼리버드들이 눌러앉아 그만둘 생각이 없고, 맨날 알바 자리라고 뜨는 공고는 죄다 힘들어서 사람들이 금방 나가는 곳인 게 빤했다. 나는 어쨌든 후자인 곳에 들어왔다. 아- 갑자기 처음 면접 본 날이 기억난다.
단독 건물인데 전부 와규 집이었다. 규모는 크진 않았는데, 내가 아르바이트할 곳이라면 기분이 안 좋고, 먹으러 오는 곳이라면 조금 기대가 되는 그런 건물이었다. 대충 씨부리고 못한다 하고 나와야지 라는 생각과 다르게, 지원했던 어떤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아 그냥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 기억이 난다. 결국 나는 와규 집 아르바이트생이 되었고 조금이나마 기대했던 '썸'도 없었다.
애초에 직장인이었던 인간이 나이 어린 아르바이트생과 어떻게 썸을 타-라고 생각이 10%, 혹시가 990% 도합 1000%의 기대를 안고 갔지만 대실패. 나이가 어려도 너무 어렸다. 출근하는 길에 앞에 교복 입은 남고생들이 웃으면서 집에 가길래 '하.. 나도 저런 날이 있었지' 하며 뒤따라간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남학생들과 나는 와규 건물 1층 탈의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