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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화래진 Oct 20. 2020

너와 나의 무관심

이건! 우리! 만의! 비밀!  호우!

 나는 어쩔 때 보면 콘크리트만큼도 관심받지 못하는 것 같다. 모두의 관심을 갖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애정을 갈구할 때가 있다. 무미건조한 나보다 더 건조한 사람을 만났다.

까를로 스카르파 계단

 알고 지낸 햇수가 짧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요새 새로운 사람처럼 느껴진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을 색안경 끼고 바라본다. 너무 완벽한 사람들이라는 렌즈. 가끔 보이는 그 사람의 또 다른 모습에도 놀라고 상처 받기 일쑤이다. 없애려고 많이 노력하지만 인지한지도 얼마 안 됐고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런 요즈음 자주 만나는 사람이 있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분야를 공부하는 그 사람은 재밌지만 어쩐지 다가가기가 어렵다. 이런저런 관심은 있지만 인간적인 관심은 없어 보인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지만 중간의 만나지 못한 시간의 틈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나의 학업이나 가볍게는 친구들 이야기까지는 나누지만 그 이상은 나도 상대도 꺼려한다. 한 번 말했다가 중간에 입을 다문 경험도 있다.

 



 예전에 친구를 통해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너무 벽을 치는 것 같다고 했다.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벽을 만든 적이 없었다. 나는 한 번도 남에게 그런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 근처조차 갈 생각도, 그 사람에 대한 관심도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요즘 만나는 사람을 보면 남들이 나를 이렇게 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생채기가 난 것 같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은 슬프다. 무관심은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구나. 그동안의 무관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누군가와 싸웠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다투고 나서 화가 나니까 무시하고 지나쳤던 과거의 모습이 떠올랐다. 폭풍 같았던 사춘기 이후에도 몇 차례 기억이 남는다. 날 좋아하던 친구가 소문을 내는 바람에 창피해서 그 아이를 무시했던 일, 가족과 싸우고 없는 사람 취급했던 거 모두가 나였다.


 생각보다 나이가 빨리 들어서 왜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숫자만 많아지는 거냐며 한탄했던 이전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이 나이 먹고, 작은 것에도 찌꺼기처럼 마음에 남는 게 어쩐지 항상 덜 자랐다는 느낌이 든다. 남들보다 몇 십일 또는 몇 백일 더 살았다고 존댓말을 듣는 게 어딘지 늘 가슴 언저리가 찝찝하다. 그런 나에게 이러한 크고 작은 사건들은 말해주는 것 같다. 상처 주고 상처 받은 모든 일들이 다 너의 과거였고, 지나온 과거만큼 너의 세월이 흐른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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