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otato you
몇 달 전 친구가 이별을 하고 내게 물은 적이 있었다. 원래 이별이 이렇게 힘든 거야? 사랑이 대체 뭐야?
나라고 알리가 없었다. 연애를 시작하면 오래 하기도 했고 그렇기 때문에 다음 연애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짧은 연애도 해봤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또한 짧지 않게 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음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또 긴 시간이 필요했다.
금방 금방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사람도 있고, 다음 연인을 만나기까지 텀이 있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후자였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면 잘 잊지 못했다. 비단 연인 관계뿐만이 아니었다. 친구 관계에서도 멀어진 친구, 싸운 친구 전부 헤어진 이유는 기억나지 않고 재밌었던 추억만 남아서 빛에 바래질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잊을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고 그저 시간이 흐르기를 바랐을 뿐이다. 그럼 잊혀지는 것보다 흐릿해지곤 했으니까. 상대가 서서히 옅어졌을 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줄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다.
나한테 사랑이 뭐냐고 묻는데 유치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렇다고 이렇다 할 정의가 없었다. 그 맘 때쯤 만나는 사람마다 사랑이 뭐냐고 묻곤 했다. 단순히 시간, 돈을 상대에게 쓰는 것이 아닌 더 큰 의미가 적어도 내게는 필요했다. 의미 없는 것에 시간과 감정을 쏟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사랑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자주 보고 싶고 슬퍼하면 같이 슬퍼지곤 했다. 남에게 관심 없는 친구는 상대 일에 관여하고 싶은 것이 사랑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가끔 얼마 만나지도 않은 사람이 사랑한다고 하면 사랑은 생각보다 큰 의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준다고 받는 사람이 다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갖고만 있으면 티도 안 나는 거 그게 뭐라고 티브이나 인터넷 모든 관계에까지 영향을 끼치는지 모르겠다.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고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시시각각 이름만 달리 불리는 거, 그게 사랑이라면 사실은 삶의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모든 것에 각각의 색깔과 다른 크기의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가까운 사람이 잘 되면 나도 잘 된 것 같이 기분이 좋고, 아끼던 책에 얼룩이 지면 마음이 상하는게 모두 그놈의 사랑 사랑 사랑 때문이 아닌가 싶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