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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담 Apr 05. 2023

완벽하진 않지만 사과할 줄 아는 엄마

상처투성이인 나니까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고 

TV를 보다가 부모를 상담하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정신과 의사에게 질문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사연자가 아이를 대할때 그토록 싫어하던 부모의 모습이 자신에게서 묻어날 때가 있다며 고민을 털어놓고 있었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던 중이었으나 그 장면을 보곤 의사의 답변을 기다렸다. 


이런 경우 대다수가 부모의 나쁜 양육태도를 그대로 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답변에 나는 맥이 빠졌다. 

역시 피는 못 속인다는 건가. 

그러다 의사는 잠시 뒤 덧붙여 말했다. 그러나 부모된 자신이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바꾸려는 노력을 통해서 얼마든지 부모에게서 받은 영향을 자녀에게 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결국 모든 건 부모로서의 노력을 얼마나 기울이느냐에 따라 달려있다는 것이니 

나로선 그나마 희망적인 답변이었다. 


나의 딸은 올해로 만 5세가 되었다. 남편이 출장이 잦은 편이라 아이와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어떤 날은 기특하고 예뻐죽겠다가도 어떤 날은 머리를 콩 쥐어박아주고 싶을만큼 얄밉기도 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수많은 육아관련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보며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돌볼 수 있는지, 마음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 탐구하지만 늘 그대로 지키기는 쉽지 않다.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표정으로 아이를 노려보기도 하고, 겁을 주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러다 늦은 밤 코올코올 숨소리를 내며 잠든 아이를 보고 있으면 

어쩌자고 그렇게 모질게 했을까. 후회하는 때도 많았다. 


매일 아침 마음을 다잡고,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전에도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는다. 

아이에게 조금 더 다정하고 친절한 엄마가 되어보겠다고. 


그러나 이런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지독히도 차가웠던 유년시절을 지나온 나는 안다.

내가 그 어떤 것보다도 바랐던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엄마의 태도'였다.

세상의 모든 육아서를 외운다 한들 내가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가 된다 한들 100%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내가 바란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엄마가 아니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엄마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결핌으로 인한 모난 모습이 자식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기만 했어도

지금의 나처럼 상처투성이가 되진 않았을텐데.

더이상 미워하는 마음도 사라질만큼 내 인생에 엄마라는 자리가 텅 비어버리지는 않았을텐데...

물론 그럴리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엄마가 나를 향한 미안함의 눈빛, 부끄러운 기색이라도 보여준다면 난 지난 시간의 앙금을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내가 진짜 바라는 건 자신의 성찰하고 반성하고, 사과할 줄 아는 엄마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다짐한다. 

내 딸에게 완벽한 엄마가 되기보단 나의 부족함과 미련함을 인정하는 엄마가 되어주겠다고. 

부족하나마 너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짜라고 늘 고백하는 엄마가 되어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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