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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담 Apr 04. 2023

엄마를 버리고도 잘 살 수 있을까.

'엄마를 버리고도 잘 살 수 있을까'

누군가 소리내 타인에게 묻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이렇게 되뇌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대신 대답해주고 싶다.


"잘 살 수 있어요. 최선을 다해 당신이 살고 싶은 쪽으로 걸으세요."


'엄마를 버린다'는 말 자체에도 일종의 죄책감이 서려 있음을 안다. 

이건 내 마음의 소리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내 마음 속의 다른 나는 다시 이렇게 정정한다. 

'당신은 엄마에게 버림 받았다'


이제 더 이상은 엄마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아이가 아니기에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지 않을 뿐

그저 나의 인생을 살아갈 뿐


자라온 성장배경과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엄마와 연락하지 않고 지낸지 

어느덧 5년쯤 되어간다. 

2~3년 동안은 엄마로 인해 내가 상처받은 기억들 속에서 허우적대느라 

많은 날들을 분노하고, 소리치고, 눈물을 토해냈다.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에도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그보다 더 나를 괴롭혔던 건 외면하기 힘든 죄책감이었다. 


내가 이토록 이해할 수 없는 엄마를 정말 내가 보지 않고 살아도 될까. 

엄마를 보는 일도 죽음을 떠올릴만큼 힘들었지만

보지 않고 사는 일을 결심하는 일도 죽음을 떠올릴만큼 힘들었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큰 수술이후 후유증으로

일년에도 5~6번씩 반복되던 입원생활은 

엄마를 떠올리는 일보다 일단 내 몸을 장악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에 몰두할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온 몸을 떨게 하는 오한의 증상과 물 한모금도 게워내는 

고통의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내 몸이 안정을 찾은 것만으로도 나는 스스로가 기특해졌다. 

엄마를 미워했던 마음이나 그 이유들도 점점 희미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 내게 엄마를 아직도 미워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다'라고 답할거다. 

이젠 아무런 감정도 남아있지 않다. 

지난 시절은 정말이지 과거로 묻어둘 힘이 나에게 생긴 것 같다. 


브런치에 토해내듯 적었던 그 감정들도 

이젠 글로서만 존재하는 듯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의 '엄마'라는 존재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었다고. 

더이상 내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미워하는 마음도 애정을 갈구하는 마음도 내겐 없다. 


그저 내게 주어진 오늘의 삶을 잘 살아나가는데

온 힘을 다하고 싶을 뿐이다. 


나아가 소소한 바람이 있다면 

나와 같은 마음의 짐을 가진 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는 것.


당신의 엄마가 밉다면, 이해할 수 없다면, 증오스럽다면

마음껏 미워하고, 결코 이해하지 말고, 증오하세요.

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을 토로하세요. 


정신과 상담도 좋고, 일기장도 좋고, 그림도 좋아요.


온 힘을 다해 엄마를 미워해보세요. 

엄마를 미워하는 일에 죄책감 갖지 말고


동시에 자신의 삶을 사세요. 

명랑하게, 씩씩하게 


충분히 그래도 되는 사람이니까. 


누구도 당신보다 당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스스로를 평가하고 타인의 시선에 짓눌려 

마음을 외면하지 마세요. 


하지만 엄마를 미워한다는 말을 차마 내 뱉기가 너무 두렵죠. 

저도 그 마음 알아요. 

제가 용기를 내 그 이야기를 전할게요. 


미우면 미워하세요. 

버리고 싶으면 버리세요. 

그래야 당신이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 살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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