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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16. 2016

오래된 돌들이 아침해를 맞아 맑게 빛났다

150605(7) : 캄보디아 씨엠립, 타 쁘롬

 다시 길을 달려 서쪽으로 나아가니 타 프롬 유적이 이내 눈에 보였다. 타 쁘롬 유적 앞에는 많은 장사꾼들이 천막을 치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유명한 유적지로구나 싶었다. 


 우리는 새벽 다섯 시부터 밥도 먹지 않은 채로 계속 달리고 있던 터라 적잖이 피곤하였으며, 배도 고팠다. 유적 앞에 있는 상점들 중에는 음식점도 있어 천천히 둘러보았다. 메뉴들이 좀 비싼 감이 있어 그냥 나중에 과일주스나 사 먹자, 하고 돌아서는데, 한 가게의 여자아이가 음식값을 깎아줄 테니 오라고 했다. 우린 좀 고민하다가 타 프롬을 본 뒤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타 쁘롬은 넓었다. 입구에서 한참을 걸어가야 본격적인 유적지가 나왔다. 유적지는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답게 정해진 루트가 있었고, 그 루트 좌우로 유적 보호를 위한 펜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루트는 짧은 코스와 긴 코스 두 개였는데, 우린 당연하게 긴 코스를 선택해 걸었다. 


 오래된 돌들이 아침해를 맞아 맑게 빛났다. 담장을 만든 전돌들은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미 한 몸이 되어있었다. 그런 시간의 흔적들이 좋았다. 유적의 우편으로 돌아 가장 뒤쪽으로 향한 뒤, 그곳에서부터 입구까지 역으로 둘러보는 코스여서 뒤편까지는 그런 것들을 보며 걸었다. 


 유적의 뒤편에서 천천히 내부로 진입해 들어오니 비로소 타 쁘롬의 유명한 광경들이 펼쳐졌다. 돌이 쌓인 유적지들, 한 때 폐허가 되었을 그 돌무더기들 사이로 몇몇 나무가 있었거나 싹을 틔웠을 것이고, 그 나무들은 자라나며 마치 그 돌더미들과 한 몸이었다는 듯, 그 돌무더기를 품어내며 자라났을 것이다. 그런 긴 긴 시간의 흔적들이 유적 곳곳에 있었다. 높은 나무들의 뿌리가 수백 년 전의 유적을 뒤덮고 있는 광경은 그런 식으로 아름다웠다. 시간의 흔적을 눈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경이로웠다. 그 누구도 만들 수 없는, 오로지 자연 그 자체의 시간만으로만 만들 수 있는 그 풍경. 


 나무들과 한 몸이 된 유적지는 그것 자체로 이미 보존해야 할 대상인 것처럼 여겨졌다. 문화재라는 것의 가치가 그 절대적 가치와 동시에 그것이 지닌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이 나무들은 이 유적이 품은 시간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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