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슈의 본명은 쑥잉 분티퐁이었다. 내가 그녀와 처음으로 함께 밤을 보냈을 때 그녀의 몸에서는 코코넛 오일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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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나는 코코넛이 주는 모든 것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코코넛향을 맡을 때면 늘 슈슈를 떠올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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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슈슈를 처음 만난 건 이천십육 년 유월 이십육 일 저녁 일곱 시 반 치앙마이 마야 백화점 앞에서였다. 짧은 벨벳 원피스를 입고 있는 슈슈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뭐라고 말을 걸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 랑머 ( 치앙마이 대학 정문 ) 가 어디냐고 물어보았더니 무심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랑머 쪽을 가리키며 거긴 걸어가기엔 너무 먼 곳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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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 머물 때 나는 사원을 가는 걸 좋아했는데 슈슈는 자신의 일이 끝나면 늘 자신의 차로 나를 데리러 와 치앙마이 곳곳의 사원들로 나를 인도해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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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대부분의 것들을 정리하고 태국으로 들어왔다. 너무도 소중한 것들을 너무도 쉽게 포기해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할 때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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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더욱더 나의 선택에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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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더 소중한 것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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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란 사람을 ‘눈표범’처럼 고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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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싸얌의 한 카페에서 온종일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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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막 일을 마무리하고 루프탑바로 가 지는 해를 보며 칵테일을 한잔 마시려고 걷던 중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어떤 향을 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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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슈는 방콕을 좋아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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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모든 것들을 조금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그녀가 말했던 ‘비밀’이 무엇인지도. 어쩌면 치앙마이에도 내가 두고 온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방콕에 온 이후로는 사원엘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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