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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쎄 Sep 04. 2021

#7-2. 테러와의 전쟁과 여성 군심문관

<자기만의 방: 새로운 아메리카에서 여성과 권력>

<자기만의 방 :새로운 아메리카의 여성과 권력(2006-2008)>


<자기만의 방 :새로운 아메리카의 여성과 권력(A Room of one’s Own: Women and Power in the New America)>(2006-2008)에서는 여성 군 심문관에 대한 연구와 실전 훈련 그리고 퍼포먼스를 통해서 푸스코는 자신이 여성 군인 심문자의 역할에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능숙해질 수 있는지를 직접 시연해 보였다. 전형적인 군대의 브리핑 방식을 차용한 강의 퍼포먼스에서 그녀는 미국의 여성 군 심문관의 역할을 맡았다.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진 이 강연자는 관객들에게 테러에 대한 미군의 대응방침을 안내하고 미군이 심문 시에 고문, 특히 성적 학대를 사용한다는 ‘자유주의 언론’의 보도를 바로잡고자한다. 나아가 여성으로써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군 당국에 감사를 표하면서 여성들의 이례적인 군 진출에 시대적 의미를 부여한다.

푸스코는 관객들에게 군대의 심문관과 수감자에 대한 모든 것을 실제와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여 가능한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무대 중앙 연단 옆에는 국기가 세워져 있고 양 옆으로 두 개의 프로젝션 화면이 좌우로 배치되어 있다. 연단의 오른쪽은 기트모(GITMO)를 보여주는 CCTV 비디오 화면, 왼쪽 화면은 파워포인트 발표를 보여주는 화면이다.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화면에는 미국기가 뜨고, “미국인들이여, 우리는(Americans We)”이 배경음악으로 연주되며 애국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때 참모가 등장해 브리핑이 곧 시작될 것을 알린다. 발표를 맡은 포카혼타스(Pocahontas)역의 푸스코는 국기를 향해 서서 생일을 맞이한 외교통상부 장관 콘돌리자 라이스에게 바치는 송가를 낭송한다. 그녀를 위해 쓰인 한편의 시에서 작가는 테러와의 전쟁에 맞서 그녀가 보여준 조용하고 부드러운 리더쉽이 낯선 리더에 대한 의심과 불신을 종식시키고 군의 사기를 높였다고 칭송한다. 푸스코는 도입부에서 오늘날 미국 여성의 지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인 콘돌리자 라이스를 비롯한 여단장 재니스 카핀스키(Janis Karpinski), 소장 바바라 패스트(Barbara Fast), 국방장관 보좌관 앨리슨 바바(Allison Barber)와 같은 군의 상급 여성지휘관들을 타겟으로 한 퍼포먼스라는 것을 표명한다.



이윽고 브리핑이 시작되면 관객들은 브리핑을 들으면서 동시에 폐쇄회로 화면으로 기트모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푸스코는 무전을 통해서 기트모의 상황을 파악하고 기트모와 발표장을 오가면서 관객이 심문관과 수감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지켜 볼 수 있도록 했다. 헌병2 역할의 페퍼민트 패티(Peppermint Patty)는 푸스코에게 무전으로 기트모의 상황을 알려주고 지시를 받는다. 녹화 영상으로 푸스코가 심문을 위해 무대를 떠나 복도를 지나는 장면을 화면에 보여주는 방법으로 마치 실제로 무대와 기트모를 이동하는 효과를 준다. 푸스코는 시각과 청각을 동원하여 발표장과 심문실의 양공간의 연결함으로써 관객들이 주어진 상황에 몰입하게 했다.


브리핑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우선 프레젠테이션 발표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미군의 대응 방침을 관객들에게 설명한다. 그리고서 여성 심문관을 위한 심문의 전략을 슬라이드로 보여준다. 끝으로 기트모에 있는 수감자에게 심문의 기술을 적용한다.


포카혼타스는 브리핑에 참석한 관객들을 환영하면서 본격적으로 브리핑을 시작한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 분은 영국의 대문호 버지니아 울프입니다. 그녀는 모든 여성은 자신의 힘을 증진하기 위해서 그들 자신의 방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새천년이 도래함에 따라 미국여성들은 자신의 역량을 증명해야 합니다. 테러와의 전쟁은 이 나라의 여성들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우리의 능력을 신뢰하며 미국 여성들이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슬라이드: 헌병들에게 이끌려 기트모로 이송되는 수감자의 사진)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울프가 상상한 바로 그 방에서 자신의 일에 힘쓰는 여성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습니다.”

(슬라이드: 심문실 사진)

“이것은 책상과 두 개의 의자가 있는 단순한 방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자유의 성전에서 미국여성들은 그들의 정신과 매력을 미국인의 삶을 지키는데 쏟아 붓고 있습니다.”     


푸스코는 울프의 사진과 여성 군인들의 사진을 화면에 차례로 보여주면서 심문실은 바로 울프가 그려왔던 바로 그 방으로 오늘날의 여성 군인들이 자신의 “(성적)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화된 공간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작가가 울프를 인용한 것은 풍자적인 의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들에게 일정양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을 때 여성이 지적인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3기니>에서는 전쟁은 여성의 본성과 상충되는 남성적인 것으로 보았다. 전쟁과 폭력은 남성의 것이라고 보는 울프의 관점에 대해 푸스코는 오늘날 여성 군인들의 전쟁 참여와 가혹 행위로 볼 때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하고자 한다. 또한 울프로 대표되는 페미니즘 진영에 이에 대한 근본적 재고를 요청하려는 것이었다.


실제로 푸스코는 미국 전역의 페미니스트 여성 예술가들이 모인 2007년 모마(the Museum of Modern Art, MoMA)의 심포지움, “페미니즘과 미래: 시각예술에서의 이론과 실천”(The Feminist Future: Theory and Practice in the Visual Arts)에서 퍼포먼스가 상연했고 이와 같은 풍자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여성 예술가들을 향한 시의 적절한 요청이면서도 당혹스러울 만큼 뼈아픈 비판이 되었다.


포카혼타스는 프레젠테이션 화면으로 9/11 공격을 받은 무역센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중동지역의 핵심적인 문제는 이슬람의 문화적 종교적 “자유의 결핍”으로 이것이 바로 “비행기를 타고 빌딩으로 돌진하게 하는 증오의 이데올로기”를 양산한다고 지적하면서 문화에도 위계가 있다는 주장을 편다. 투표의 표시로 보라색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이라크인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녀는 부시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미국 군인들은 “중동 사람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유로운 이라크인들의 모습과 달리 오렌지 점프슛을 입은 수감자가 기트모 실황에 비춰지며 두 화면이 대조를 이룬다.


계속해서 포카혼타스는 문명화된 시민사회에 대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 방지를 위해 여성 심문자들이 갖춰야 할 심문의 기술을 설명한다. “인적자원개발(human resource exploitation)”이라는 이름하에 행해지는 기술들은 ‘허무주의’ 정신으로 무장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삶에 대한 욕망을 건전하게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 기술들은 “전문가들에 의해 정신적 ․ 신체적으로 계산된 압박 기술”로 수감자에게 스트레스만을 주는 것으로 신체에 고통을 주고 상해를 남기는 일반적인 ‘고문’과 다르다고 강변한다. 테러리스트들을 자유와 해방으로 이끌어줄 “탈 관습(depatterning)” 전략은 일련의 카툰 형식의 일러스트로 제시된다.(도판19-20) “여성심문자를 위한 심문접근방법”으로 명명된 그림에서 거만한 태도의 금발의 백인 여성 심문관이 절망적인 표정을 한 갈색피부의 남성 수감자를 심문하고 있다. 포카혼타스는 이슬람의 문화적 특수성을 ‘엄격한 교육이 초래한 종교에 대한 집착’과 ‘서구인들에 비해 민감한 섹스’ 등으로 소개하고 이와 같은 전통으로부터 수감자들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전략을 보여준다.     


“알케에다(Al Quaida)의 훈련소에서 강도 높은 교육을 받은 테러리스트라도 보기 좋은 체형의 20대 백인여성의 특정 제스처와 외설적인 말의 전략적 사용으로 이들을 무장 해제시킬 수 있습니다.

(슬라이드 41: 군복 상의를 벗고 브라를 보여주면서 나체의 수감자에게 기댄 여성 심문관) 현대적 가치를 수용하는 우리 사회에 감사하며, 자유의 최전선에 있는 우리의 용감한 여성들은 심리적으로 조금도 흔들리거나 위협받지 않으면서 적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뻔뻔스런 완벽한 연기가 가능합니다.... 자, 여러분들 중 몇 분은 미군의 전략적인 성(性) 배치에 놀라셨을 것입니다. 이는 정보 전문가들이 문화적으로 특수한 적의 취약성을 사용하는 방법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접근법은 법령에 따라 시행전 특별 허가를 필요로 합니다.

(슬라이드 47: 상의를 벗고 브라를 내보인 채 수감자의 무릎 위에 앉은 여성 심문관) 사실 성적 전략은 특별 접근 프로그램의 한 부분으로 다른 기관들(CIA)의 대표자와 함께 하는 엘리트 군인들만이 수행합니다.“    

 

베이컨을 먹도록 하거나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고 가짜 생리혈을 묻혀 정신적 공황상태로 이끄는 등 이슬람인의 “문화적 취약성”을 이용한 “창의적” 심문 기술은 미군의 입장에서 볼 때 신체적으로 어떤 상해도 끼치지 않기 때문에 결코 “고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와 같은 전략들은 수감자들을 전통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하고 심문관과 수감자 사이의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한 기술로 설명되어진다. 포카혼타스는 미군에 협력하도록 이슬람 수감자들의 성적 욕망을 조장하여 전통과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드는 전략을 자랑스럽게 제시한다. 미군은 이와 같이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를 이들을 괴롭히기 위해 사용한다. 심문 전략은 전문가의 면밀한 연구 조사를 바탕으로 한 필수적인 심문의 기술이고, 성적학대는 특별 허가를 받고 수행되는 것으로 타기관(CIA)과의 협력 관계 속에서 허가된 것이다. 상부로부터 “허가된 전략”은 국가 안보를 위해 섹시하지만 백치미를 가진 백인여성의 스테레오타입을 “뻔뻔하게” 연기하는 것이고 이러한 행위는 “현대적 가치”를 갖고 “자유의 최전선”에 놓인 여성군인들에 의해 연기된다.


푸스코는 이렇게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학대가 결코 개인의 병리적 행위가 아니라 정부의 허가 아래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퍼포먼스를 통해 강조하고자 했다. 1970년대 여성운동에 수혜를 받아 군에 진출한 여성지휘관들이 도리어 여성의 성과 타문화를 착취하는 전략의 지휘자라는 사실은 페미니즘 운동의 성과를 무색하게 하는 지점이었다. 때문에 군대 내 여성들의 눈에 띄는 승진을 미국사회가 이룬 성적 평등과 부드러운 진보의 모범적인 모델로 홍보하고 환영해온 미군과 정부의 위선을 폭로하고자 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푸스코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여성이 군대내 높은 지위까지 오른 것을 일종의 여성 평등의 성취로 여기는 점을 비판적으로 보았다.

부시정부는 9/11공격 이후의 정부 주도의 애국적 레토릭과 유색인으로 구성된 내각을 구성하여 인종과 젠더 평등의 측면에 가시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그리고 부시정부는 대외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에서 ‘민주주의의 수호’를 내세웠고, 탈레반의 독재로부터의 자유와 해방과 같은 수사적 표현을 앞세워 집권 기간 동안의 정책에서 여성운동과 다문화주의의 실천의 한계를 감춰왔다. 때문에 푸스코는 부시정부의 공식적인 행보에 연극적인 부분이 있다고 보았고 여성 군 심문관이 처해있는 상황을 통해 미국 사회에 광범위하게 만연한 위장된 ‘진보’의 논리를 해체하고자 했다.


푸스코는 여성 군심문관으로 군에 깊숙이 침투하여 그들을 대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정부의 레토릭으로 도리어 정부의 위선을 강조하는 방식은 관객들에게 재치와 유머를 주는 동시에 정부의 논리를 뿌리까지 뒤흔들고 조롱하기 위한 전략이다. 단호하고 강직한 군인의 태도로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면서 애국적인 행위로 성적 학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이것이 고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점은 비윤리적이며 위선적이다. 때문에 푸스코가 국가적 명분과 군대의 고문행위 간의 지나친 괴리를 대조와 모순의 기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풍자의 강도를 높이면서도 정부의 위선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심문의 전략을 기트모에 있는 수감자에게 직접 적용하는 단계에 이르러 포카혼타스는 고성능의 무기만으로는 새로운 시대에 적에게 대항할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역할 연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심문을 일종의 연극처럼 받아들이도록 요청한다. 포카혼타스는 기트모에 있는 헌병2인 페퍼민트 패티에게 심문 기술을 지시하고 헌병2는 기술을 수감자 497에게 적용한다. 그러나 앞선 전략이 효과가 없자 포카혼타스는 페퍼민트 패티에게 명령한다.      


포카혼타스: “(워키토키로)건초더미를 씻긴다. 오바.”

헌병2: “알겠다.”

(헌병2 수감자497의 옷을 벗기려고 한다)

비디오: 암전된다.

슬라이드: 암전      


갑자기 양 쪽 화면이 꺼지고 포카혼타스는 “여러분은 아마도 이 장면을 목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분이 매일 밤 잠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영웅주의로 군인은 불쾌한 명령을 수감자에게 적용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관객들이 예상한 성적 학대는 상연되지 않지만 관객들은 수감자에게 앞서 제시된 많은 전략들과 같은 가혹한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푸스코는 일부 관객들이 기대했을 가학적이고 포르노그래피적인 성적 학대의 장면을 일부러 보여주지 않으면서 대신 관객들이 이 장면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뻔뻔하고 낯 뜨겁게도 이것은 국가에 복무하는 군인으로서의 명예로운 희생이며 자유를 위한 애국적 행위라고 포장한다. 게다가 여성 심문관들의 이와 같은 임무 수행은 전쟁의 사상자 수를 감축하는데 기여했다고 추켜세운다.

퍼포먼스는 “우리와 그들” 간의 명확한 구분의 패러다임을 거부하면서 일관되게 이중적이고 아이러니컬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는 작가가 이율배반적인 두 항이 마치 양립 가능한 것처럼 배치되어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푸스코는 한편으로는 부시 정부의 레토릭을 차용하여 국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관의 논리를 펴면서 동시에 자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비인도적인 행위들을 재연했다. 퍼포먼스는 미국인 관객들을 모순적으로 배치된 현실의 한 복판에 끌어 놓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한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폭력은 정당한가?’, ‘성적학대를 가하는 것이 애국적 행위인가’, 그리고 ‘이것은 여성의 진보적 위상에 합당한 역할인가?’ 그리고 작가는 관객들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재차 질문하도록 한다. ‘우리는 미국인으로써 이들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이러한 질문과 자기 점검의 과정을 통해서 푸스코는 미국사회에 팽배한 애국적 레토릭을 비판하고자 했다.


포카혼타스는 기트모에서 국가와 시민을 위해 불쾌한 명령을 수행한 헌병2에게 “자유 수호를 위해”라고 경례한다. 그리고 “어떻게 테러와의 전쟁이 여성의 권익을 신장시켰는가”에서 오늘날 여군의 위상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브리핑을 마친다.      


“인적 정보 수집의 새로운 중요성이 공적 삶의 부분에서 미국 여성의 진보를 위한 가능성을 증대했는지를 언급하기엔 미흡하지만, 미군은 미국에서 가장 평등한 고용을 실천하는 여성 평등의 가장 모범적인 예입니다. (중략)오늘날 여성들은 마침내 자유의 최전선에 설 수 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은 열린 전쟁터로부터 폐쇄된 수감실에서 펼쳐지는 작전의 연극으로 변화했습니다. (중략) 자, 이제 국가에 대항하는 끔찍한 범죄를 예방하는 이 작은 방과 다시 한 번 인사를 할 시간입니다. 미래의 승리는 군대의 배치만으로는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푸스코는 여성 군심문관을 연기하며 완벽하게 국가적 레토릭을 흡수한 포카혼타스 역을 소화해낸다. 주어진 ‘불쾌한’ 임무를 군인의 희생정신으로 수행해내는 포카혼타스를 통해서 정부의 애국적 레토릭을 무비판적으로 흡수하고 이를 수행하는 아부그래이브의 여심문관들을 대변한다. 푸스코는 퍼포먼스에서 정부를 대변하면서도 정부의 위선을 끊임없이 폭로하고 들춰내는 양 극단을 오고가면서 무엇이 그들을 가해자로 만드는가를 묻고자 했다. 그리고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충돌하게 하여 정부의 위선을 극대화하고 정부의 군사주의적 레토릭을 훼손한다. 관객들은 퍼포먼스를 통해 미국의 현실이 진보적 가치의 퇴보와 위기에 처해있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푸스코는 퍼포먼스를 통해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드러난 정부의 애국적 레토릭과 군사주의를 관망하는 관객들에게 미국인으로서의 현실인식과 이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묻는다.

이전 09화 #7-1. 테러와의 전쟁과 여성 군심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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