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관광산업과 히네떼라스, <그것들!(Stuff!)>
제2부는 신체적 교류를 극대화한 집중심화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트리플 E가 다시 등장하여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교육과정은 모든 종류의 취향에 맞춰 고객을 즐겁게 하는데 목적을 둔다. 이는 가장 높은 강도의 감각적 경험과 영적인 접촉은 상호문화적 교류가 활발한 장소에서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했다. 때문에 교육은 문화 간 접촉이 활발한 장소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색다른 방식의 신체적 교류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친밀하고 밀도 높은 접촉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더불어 더 많은 지역의 다양한 배경의 고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국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처럼 집중 심화과정은 ‘감각적’, ‘신체적’, ‘색다른’, ‘높은 강도의’, ‘친밀하고 사적인 교류’ 등으로 강조되는 수사적 표현들로 설명된다. 여기에서 서로 다른 문화권에 속하는 타 인종 간의 신체적 접촉이란 백인 남성 관광객과 현지 물라타 여성 간의 국제적 섹스관광을 말하는 것이다.
카리브 연안의 국가들은 1990년대 이후 급속도로 진행된 후기 자본주의의에 대응하기 위해 아름다운 풍경과 낮은 임금의 노동력 그리고 외국인 자본을 기반으로 한 관광산업에 뛰어들었다. 상업화된 관광 문화에 식민시대로부터 지속되어 온 성적으로 충만한 물라타 여성에 대한 인식이 접합된 섹스관광은 관광산업의 주요 수입원이 되었다. 때문에 이 지역의 관광산업은 과거 식민주의의 인종에 따른 문화적 스테레오타입을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것들!>는 어떻게 국제화와 그것이 동반하는 “문화적 관광주의의” 버전이 실제로 제3세계의 유색인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고, 오늘날 소비자들의 “조금 다른 타자”에 대한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유럽과 북아메리카로 이주하고 있는 수 천 만 명의 라틴여성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비평이다.
<그것들!>는 오늘날 국제적 관광산업과 국제적 섹스산업에 대한 비평이며 이와 관련된 ‘제3세계’ 여성들의 삶을 반영한다.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쿠바의 ‘히네떼라스’를 모델로 한다. 쿠바의 관광산업은 설탕수출과 더불어 쿠바의 오랜 근간 산업이었다. 쿠바는 북미권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따뜻한 겨울 휴양지로 각광받았다. 미국 동부 해안 거주자들에게 아바나는 라스베가스 보다 가까웠으며 1950년대의 힙스터들에게 “낯설고, 멋지고 이국적인 아바나는 가장 화려한 장소였고 대부분의 관광객들에게 카지노 도박과 호사스러운 호텔, 아름다운 해변과 허리우드 스타들, 그리고 어두운 눈동자의 쿠바 여성은 매력적인 요소였다. 쿠바는 20세기 초부터 쿠바혁명 직전인 1950년대 후반까지 국제적인 ‘창녀촌’으로 유명했다. 쿠바 혁명 이후 관광산업과 더불어 섹스관광은 사라졌지만 소련의 붕괴와 심각한 경제난 이후 다시 시작된 섹스관광으로 쿠바는 1990년대에 다시 ‘히네떼라스’로 불명예를 되찾게 되었다. <그것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푸스코의 비판적인 인식에 기초해 국제적 관광산업이 라틴 여성의 몸을 매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드러내고자 했다.
따라서 2부의 집중심화과정은 국제적인 섹스관광의 상투적인 문법을 그대로 따라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유럽의 백인 남성들과 히네떼라스는 술집이나 바에서 만난다. 룸바춤을 추면서 서로 친밀해진 후 성적 서비스와 금전적인 후원을 교환하게 된다. 집중심화과정은 표면적으로는 문화교류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섹스관광이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단계별로 나눈 것이다. 이를 3단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우선 로사와 블랑카의 언어실력을 관객들에게 보여준 후 관객들에게 관광에 필요한 스페인어 기초회화를 익히게 한다. 이어 관객들과 열광적인 아프리카 춤을 추며 라틴 문화를 온 몸으로 접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언어와 춤을 배우면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면 마지막으로 서로의 신체적인 접촉을 통한 상호문화적 섹스로 본 프로그램의 목적을 달성한다. 따라서 프랑스어, 독어, 이탈리아어, 영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스페인어 회화강습은 바에서 술을 주문하고 히네떼라스를 유혹하기 위한 문장연습이며 한바탕 벌어지는 룸바춤 축제는 쿠바의 섹스워커가 남성 관광객들을 룸바춤으로 유혹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관광객 역할의 남성 관객과 섹스워커 역할의 블랑카 사이의 성적인 행위가 시연될 때 이 둘을 연결해주는 통역이자 핌프로 로사가 개입한다. 로사는 이 둘 사이의 단순한 의사소통의 문제뿐만 아니라 말과 행위에 담긴 맥락적 의미를 해석하고 적절한 행동을 지시한다. 아래는 이 장면은 블랑카와 남성 관객이 마주보고 의자에 앉아 로사의 도움을 받아 대화를 하는 장면이다.
로사: 운이 좋네요. 그녀가 허락했어요. 이제 함께 집으로 갑니다. 당신은 막 초반부를 지났어요. 그녀에게 침대에 누우라고 하세요. 이렇게 말해요. Echate en la cama!(침대에 누워!)
지원자: Echate en la cama!(침대에 누워!)
블랑카: 오케이
로사: 쉽죠! 이제, 그녀에게 무릎 꿇으라고 말하세요. Ponte en rodilla!(무릎 꿇어!)
지원자: Ponte en rodilla!(무릎 꿇어!)
블랑카: Ya voy! Esperate, eres muy grande!(지금 시작해요! 잠깐만, 당신 물건이 너무 커!)
성관계 장면이 대화로 시연되는데 여기에 제3자인 로사가 개입하면서 이들의 성적인 대화는 로사를 통해 생중계되면서 노골적으로 강조되고 반복된다. 이 장면은 “전 결코 당신을 잊지 못할 거예요.”라는 남성고객의 진부한 대사로 마무리된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장면에서 블랑카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자신의 처지에 낙담하면서도 “더욱 더 많은 권력과, 돈 그리고 음식, 그리고 젊은 남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래로 극을 마무리 지으면서 관광객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가사에 등장하는 존은 가벼운 만남과 유흥을 위해 남쪽 지역으로 여행 온 남성이다. 그는 여성을 유혹하는데 필요한 몇 개의 단어만 배우고서 “당신의 멜론과 파파야를 꽉 쥐어도 될까요?” 라고 물으면서 쿠바 여성에게 접근한다. 로사와 블랑카는 존과 같은 멍청하고 술 취한 외국인들에게 단지 달러 때문에 어울리는 것이라며 비웃음과 저주를 보낸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 마지막으로 트리플 E가 등장한다.
“여러분들이 완벽하게 특별한 저녁을 보내셨을 줄로 압니다. 저는 여러분 개개인 모두가 변화되어 댁으로 돌아가실 줄로 믿습니다. 저희의 일등급 트래블 테이스터스 서비스를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략) 또한 단골 고객들이 이국적인 장소에서 호색적인 혜택을 쌓을 수 있도록 여행자 카드를 제공합니다. 아디오스, 본 아페티!” 라고 말하며 극은 막을 내린다.
2부는 이렇게 국제적 섹스관광에서 따르는 연애의 문법을 패러디하고 비판한다. 퍼포먼스는 전체적으로 성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콩트에 춤을 뒤섞은 벌레스크(burlesque)의 형식을 따른다. 작가들은 매혹적인 라틴여성의 스테레오타입을 흉내 내고 유머러스한 풍자와 활력 넘치는 룸바춤으로 관객들을 흠뻑 취하게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관객들이 퍼포먼스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유도하면서 쿠바 여성들의 현실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재연하기 위한 장치가 된다. 더욱이 극과 극 사이에 삽입되는 엽서글은 관광지 주민의 현실과 ‘라틴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 만들어낸 에피소드들을 제공한다. 이처럼 <그것들!>은 쇼의 성격을 띠는 극과 엽서글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를 결합시키고, 퍼포먼스에 무대 뒤의 장면을 날것 그대로 담아내면서 허구와 현실을 단단히 결합시켰다.
전반부는 제례 퍼포머인 로사가 처해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면 후반부에서는 섹스워커인 블랑카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로사와 블랑카는 성적이고 영적인 인종과 젠더에 따른 스테레오타입에 구속되어 있다. 경제적 필요에 의해 문화적 스테레오타입을 ‘진정한 원주민’의 모습으로 여기는 서구의 관광객들의 기대를 부응해야 되는 현실에 처해있다. 관광지의 원주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스테레오타입과 타협한다. 인종적인 응시의 대상이자 타자성의 기호로서의 원주민과 여성에 대한 재연은 관람객들의 문화적 기대와 함께 상연된다. 따라서 이들의 삶은 ‘원주민다움’으로 위장되어 있다. 푸스코는 이처럼 이중적인 구속 상태에 놓여있는 쿠바 여성들의 현실을 폭로하고자 했다.
따라서 푸스코와 바스타멘은 관객들을 관광지로 친절하게 안내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파라다이스로서의 카리브 해라는 관광담론에 도전하는 ‘반관광서사’를 상연하는 것이다. 관광지 ‘원주민’들의 주체성이란 서구유럽의 백인 관광객들이 기대하는 ‘타자성’을 퍼포먼스 하는 모조적인 자아다. 퍼포먼스는 이러한 모조적인 자아를 거부하는 원주민 타자의 반항적인 목소리를 상연한다. 파편화되고 인위적 허상으로서의 ‘원주민성’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으로 부터 벗어나 ‘탈동일시’를 통해 타자되기를 멈추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주체가 되고자 한다.
<그것들!>은 국제적 관광산업의 무비판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들을 마음껏 조롱하고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비웃음거리로 전락시킨다. 서구 유럽 남성들의 말초적인 욕망을 마음대로 조종하면서 응시의 주체이자 경제력 있는 주체의 자리를 깎아내린다. 퍼포먼스에서 원주민들은 더 이상 타자가 아니며 서구 유럽의 관객들 또한 타자이미지를 고수하지 못한다. 결국 <그것들!>은 왜곡된 문화적 스테레오타입과 ‘파라다이스로서의 카리브’라는 관광신화에 깊은 균열을 만든다. 이에 따라 체험과정을 모두 마친 관객들에게 트리플 E가 기대하는 ‘변화’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표면적으로는 말초적인 유흥과 문화적 기대를 충족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신기술(post-site)관광으로 인한 ‘변화’를 의미하지만, 실은 관광산업과 파열음을 내는 현지인들의 딜레마를 재현하면서 관객들에게 문화적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통한 ‘변화’를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