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얀 Feb 25. 2016

퇴사와 헤어짐의 공통점

퇴사 1주년을 회고하며-직장 박차고 나와 살기 2탄

이젠 퇴사 2년차입니다


첫 번째 원고, "나다움을 지향하기"를 올려놓고 페이스북을 보다가 깨달았다. 어느덧, 벌써 내가 퇴사한지 1년이라는걸. 뒤에 쓰려고 미뤄놓은 글을 조금씩 쓴다.


2013년 2월 25일

졸업식, 그리고 입사일

정장을 입고 캐리어를 끌고 다녔다.

내가 다니고 있었던 기업은 그룹연수가 있는 기업이었다. 하필 졸업식이랑 겹치는지라 바리바리 정장을 싸들고 캐리어를 끌고 갔었다. 연수원 정착 TF 및 출장으로 2013년에는 캐리어만 끌고다녔다.

사원증, 2년만에 안녕.

2015년 2월 25일

입사 2년차, 그리고 퇴사 시작.

그리고 다시 백팩을 매고 학교에 돌아왔다.

사원증을 반납하고, 짐들을 에코백에 차곡차곡 챙겨넣고 나오면서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다시 큰 백팩을 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3년차가 되었다.


2016년 2월 25일

그리고 오늘, 나는 퇴사 1년차가 되었다.

오늘 갔어야 했는데 몸이 안 좋아서 집에 돌아간 곳, 하필이면 생각해보니 바로 그 건물이었다. 그곳은 내가 있었던 "전 회사"였다. 아마 거기 참여했다면 사을 다시 찍고는 기분이 이상해져서 돌아왔을 것 같다.


전 회사, 내가 헤어졌던 첫 번째 애인

언젠가 사람들에게 그 회사는 "헤어진 애인같다"는 말을 했었다.

있으면서는, 여러 감정을 느꼈다. 만나서 좋았던 사람도 있다. 때로는 지긋지긋해서 입에도 올리기 싫었다. 분에 넘칠 정도로 과분한 기회도 받았다. 때로는 업무에 비해 내 능력이 딸리는게 괴로워서, 회사 타이틀을 빼면 내가 먼지보다 작아질거라 생각했었다.

마치 나에 비해 너무 잘난, 혹은 때로는 미워 죽겠는 애인과의 애증어린 연애담같았다.


나와서 만난 사람들은 내게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그리고 왜 나오기로 했는지 결심에 대한 질문도 많이 듣는다. 나온 걸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도 회사가 잘 되길 바란다. 전 남자친구와 왜 헤어졌는지 질문을 듣고, 어색하게 웃고, 그래도 헤어지길 잘했고 행복을 비는 사이 같다.


완전히 헤어지는 1년이 걸렸구나 싶다.

통장은 텅장이고 병에도 많이 걸렸지만 이제야 "계급장 떼고 맞붙는 기분이다".


퇴사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퇴사 후 어떤 인생을 사느냐, 그리고 퇴사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회사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 티거 jang, 퇴사의 추억 "끝과 시작"(https://brunch.co.kr/@suhanjang/65)


브런치 발간 프로젝트 첫 우승자인 티거 jang님의 "퇴사의 추억"일부이다. 연재되는 내내 구구절절히 공감했었던.

그래서 퇴사 1주년을 보내는 방법은 잠깐 감상에 젖어있다가, 감기가 빨리 낫도록 잘 먹고 잘 쉬어서 내일은 오늘 쓰지 못했던 글들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원래 할 일 빼고 다 재밌지 않은가.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아웃렛에 숨겨져 있는 우리가 모르는 내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