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운영일지 (3)
주제 - 왜 문장인가?
하지만, 여전히 주제를 못 잡고 아쉬워하던 저는 “그냥 문장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첫 글에 소개했던 것처럼 뉴스레터에는 세 가지 방향이 있지요.
하나. 이바닥늬우스처럼 IT 바닥에 대한 뉴스를 쓰거나
둘. 일에 대한 태도 등에 대해 쓰거나
셋. 최근 봄호 모집을 시작한 이슬아님처럼 에세이를 써서 공유하거나
넷. 하여튼 뭔가 큐레이션을 하거나.
먼저, 저는 IT와 일에 대해 감히 글을 쓸 수 없었어요. 언젠가 제 지인이 이야기해줬는데, “저한테 IT라는 분야가 너무 소중하고, 커서” 아직 거리 두기가 되지 않습니다. 글쓰기가 자기 성찰에 대한 일이라면, 저는 아직 정제해서 제 생각을 드러낼 만큼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사이드 프로젝트마저 IT와 일이라면 저는 거리를 두는 일이 불가능하리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제 에세이가 여름님이나 이슬아 님처럼 문장이 미려한 사람도 아니란 생각도 들고..
마지막 “큐레이션”에 보통 음악과 책에 대해 많이들 큐레이션 하는데, 빵도 큐레이션 하는데, 어떤 걸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던 중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걸 생각하다 보니, 그건 문장이었어요.
저는 문장을 메모하는 버릇이 있었어요. 책을 보면 좋아하는 구절을 표시해두고 이 문장을 옮겨두거나 하죠. 몇 년 동안 그렇게 모아뒀는데, 몇 번 날려두고 노션에 다시 모아두기 시작했어요. 그 폴더 이름이 “문장 줍기”에요.
체계적인 독서노트는 아니고, 정말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어두거나 캡처하거나 복사해두는, 글로 넘쳐흐르는 서랍장. 그래서 문장줍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좋아하는 일. 그리고 남들에게도 나누고 싶은 것들. 그게 제 뉴스레터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원칙 - 앞으로 무엇을 모을 것인가?
제 뉴스레터는 3개 정도의 문장+출처+코멘트로 구성되어있는데, 이 과정에서 저만의 편집 원칙이 있습니다.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 위에서 보시는 것처럼 예전부터 모아둔 폴더는 미어터지고 있고, 계속 새로운 문장들이 쌓이고 있으니까요. 제가 소개하는 문장은 유튜브도, 인스타그램 글도, 심지어 지인의 카톡 메시지까지 포함되니까 소재는 널려있습니다. 하지만 아래 원칙에 따라 편집하니, 시간이 다소 걸리긴 하네요.
1. 저작권을 지키자. 특히, 공식적으로 출간되지 않은 글의 경우 반드시 사전에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고 쓸 것.
문장줍기 본문 구성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저작권이에요. 예전에 잠깐 단체 내의 기고문 관리한 적이 있었는데, 그러면서 이미지 등 저작권에 대해 상당히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경험적으로 출처를 밝힌 한 문단은 괜찮겠다, 싶어 이 범위를 지키려 합니다.
특히 블로그나 뉴스레터, 지인들의 말 등 같은 출간되지 않은 매체의 경우 조심하는 편이에요. 어떻게 보면 약간 일기장을 지켜봤다가 소개한다고 하면 당황스럽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마치 연예인 인스타그램 기사화하는 기자는 되지 말자는 심정..) 사전에 목적과 다루는 범위에 대해 협의를 구합니다. 뉴스레터는 한 번 나가면 본문 수정이 안 되는 매체이고, 클릭률이 낮기 때문에 최대한 본문에서 오해 없이 전달하려 합니다. 그동안은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별 어려움 없이 작성해둘 수 있었습니다.:)
2. 늘어지는 문장을 쓰지 말자. 나에 대한 디테일에서 거리를 두고, 감정을 조금 건조하게 쓸 것.
이 부분은 앞에 비해 조금 모호한 원칙인데, 문장을 간결하게 구성하려고 할 때 보이는 제 태도입니다. “권소연”이라는 제 이름을 걸고 하진 않지만, 제 뉴스레터는 익명은 아닙니다. 협의를 구하는 메일에 저는 제 이름을 밝히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보여드리진 않아요. 예컨대 이런 식이지요.
대신 제가 쓰고 고르는 문장이 구체적이기를 바랍니다.
뉴스레터를 다루는 인트로에서 다른 뉴스레터에 비해 차별점이 없을까 두려웠던 제 불안과 호들갑 대신, 그저 제가 뉴스레터를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만 밝히거나. 온라인 독서모임을 하게 된 계기가 IT 여성 모임인 러브레이스에서 여성의 날 맞이 자체 독서모임이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하는 대신, “지인들과 온라인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다”라는 식으로.
그리고 저는 이 뉴스레터가 감성터지는?뉴스레터라 생각하지만, 분노, 무기력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너무 심하게 드러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3. 지치지 말자. 꾸준하게, 매주 일요일 저녁엔 한 통씩 보내자.
아직 글감이 많이 쌓여있어 일주일에 두 번을 구성할까 싶은데, 그러면 주중에 지나치게 신경 쓰게 될듯하여 아직은 천천히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C님의 냉정한 조언으로는, 너무 자주 와도 스팸 같을 수 있으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생각 중입니다.
위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당분간 여러 주제나 독서모임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세네 문장씩 소개할 듯합니다.
제 뉴스레터 [문장줍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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