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환 May 31. 2020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계속 기다렸다. 전날 떨리는 마음에 잠을 설쳐 피곤했지만 피곤함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다가 오후 2시, 3시가 지나더니 결국 6시가 넘었다. ‘혹시 이메일 주소가 잘못 입력된 것은 아닐까?’하는 마음에 몇 번이고 확인했지만 문제는 없었다. 탈락한 것이다. 그렇게 나의 1차 공모전 도전은 끝이 났다.      


 내가 쓴 글에 대한 자신감이 컸고 그만큼 많이 기대했기에 처음엔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도대체 왜 내 글이 안뽑힌거지? 다른 작가분들이 많이 다루지 않았던 어원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변별력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자신감이 아니었다. 제대로 글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나의 지나친 자만감에 가까웠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번 공모전은 총 4,100개 중 20개의 글만 선택되었기에 경쟁률로 따지면 거의 200대 1에 육박했었다. 그만큼 애초에 합격하기 굉장히 어려운 공모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탈락한 이유는 단순히 이런 수치적인 측면에 국한에서 생각해서 될 것이 아니었다. 심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나도 기본적이면서도 당연하게 ‘주제에 맞는 글을 썼느냐’ 여부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내가 쓴 글들을 보니 그 부분이 충족되지 못했던 것 같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지키지 못했다 (출처 : 브런치)

 내가 브런치에 여러 글을 올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어원과 그에 관련된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번 공모전 때에도 무의식적으로 어원에 담긴 이야기에 집착했었다. 주된 내용이 ‘나의 시작, 그리고 도전’에 관한 것이고 어원은 단순히 이를 보완하는 도구여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떨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비록 1차 공모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건 어차피 또 다른 시작점에 불과하다. 이제 곧 2차 공모전이 뜰 예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첫 번째 공모전은 끝났지만 그 주제(‘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는 여전히 살아있다. 어떻게보면 이 글이 내가 공모전에 제출했던 글보다 더 주제에 적합할 수도 있겠다.      


 두 번째 공모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바둑 기사들이 경기가 끝난 뒤 복기하는 것처럼, 한 자씩 다시 써내려가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예정이다. 이겼을 때 하는 복기보다 졌을 때 하는 복기가 더 힘든 것임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기에 해보려고 한다. 물론 공모전에서 또 떨어질 수도 있다. 무조건적으로 낙관적인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노력뿐이다. 이렇게 스스로 위로하고 다짐함에도 기분이  꾸릿꾸릿한건 날씨 탓이겠지?

작가의 이전글 영화 <어벤저스> 제목에 담긴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