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와 거부사이
구구구 구구구구구
설마 비둘기 소리?
구구구 구구구구구
한낮에 구구구구 소리가 반복된다.
이리저리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헤맨 후 발견한 것은 실외기 뒤 공간에서 꽁냥 거리는 비둘기 두 마리.
8층에 비둘기가 웬 말이야?
지금 저 아이들 연애하는 건가?!
친구는 관자놀이 위 핏줄까지 세워가며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설명했다. 굳이 이렇게 높이까지 올라와 그 많은 집들 중에 하필 그녀의 방 뒷베란다에 자리 잡고는 낮잠을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솔로인 내 앞에서 꽁냥꽁냥이라!
물론 그들은 그녀가 솔로임을 몰랐고 서로 좋아 공중비행을 하다 8층까지 와버렸고 마침 실외기 뒷공간이 비어있음에 이곳이 운명임을 직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쉼 없는 에어컨가동에 그들은 좀 더 조용하고 시원한 곳을 찾아 떠나갔다.
맴맴맴맴 매애애애앰
맴맴맴맴 매애애애애애앰
엄마는 성당활동에 열심이셨다. 매주 일요일 미사참여는 물론이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과 관계없이 언제나 어디서나 묵주알을 돌리셨다. 햇빛이 작렬한 어느 여름날. 아파트 뒤 놀이터에서 성당모임 아주머니 한분과 묵주알을 돌리며 늘 그렇듯 기도를 하고 계셨다. 무성한 나무들 속에서 미친 듯이 울어대는 매미들 소리에 질세라 두 명의 아주머니는 더욱 열심히 기도하셨다. 나무 수의 10 제곱은 더 있는 듯한 매미들의 합창은 일심불란하게 기도하던 어머니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어머니들은 작은 돌멩이를 주워 나무에 던지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후 길에 나뒹굴 듯 떨어져 있는 매미들을 보면 가슴 한편이 서늘해온다.
나야, 매미. 어머니는 잘 지내고 계시지?
왁!!!!
살아가면서 바퀴벌레를 가장 많이 마주한 것은 일본이었다. 특히나 여름은 한국도 일본도 바퀴벌레 출현이 잦아지는 계절이다. 일본의 바퀴벌레는 제법 크고 색이 연하여 따라서 더욱 징그럽다. 그들과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태어나서 한 번도 내본 적 없는 ’왁!!!!!!!‘ 소리를 내뱉는다. 이런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소리가 나올 만큼 그들의 등장자체가 충격과 공포, 이 여름을 강타할 최고의 서스펜스이다.
나의 작고 소중한 치즈케이크모양을 한 단칸방에 들어온 바센세를 처리하기 위해 좀처럼 내지 않는 '용기'라는 감정을 맥스치로 잡아끌어 올려 실내화를 집어 들었다. 그 폼은 가히 오타니를 능가했으며 그 속도는 안세영의 셔틀콕을 능가했다.(갑작스러운 스포츠비유) 누군가는 도저히 때려서 죽일 수는 없다고 휘핑크림을 쏟아붓기도 했다는데 크림을 쏟아부으며 계속 쳐다볼 자신이 없어 그냥 눈 딱 감고 한 번에 내려치기로 했다. 무엇보다 휘핑크림을 먹을 때마다 그 장면이 뇌리에 스친다면 내 디저트 인생에 있어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덥고 더운 날들이 계속되면서 신경까지 녹아버릴 것 같은 요즈음. 생각해 보니 매미소리도 예전보다 덜 들리고 모기의 윙윙 소리에 단잠을 깨는 날도 부쩍 줄었다. 지구가 제법 아픈지라 이제 서울에서 바나나가 열리기도 하고 스콜처럼 갑작스레 내리치는 비를 경험하기도 한다.
하나같이 호감은 없지만 안 보이면 안 보이는 대로 무슨 일인가 싶은 우리 생물 친구들. 무더위의 한 복판에서 문뜩 그들의 살림살이가 궁금해진다. 다들 더운데 어떻게 지내니.
아, 그렇다고 보고 싶다는 건 아니니 찾아오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