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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미녀 Aug 26. 2020

당당한 은퇴를 위하여

절대로 무턱대고 퇴사하지 마라

사람들은 정말 퇴사를 하고 싶나보다. 어딜 가든 보든 퇴사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건 세대를 가릴 것 없이, 갓 취직한 20대에서부터 사회의 허리층이라고 하는 30대,40대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브런치만 봐도 퇴사에 관한 글은 무수히 많다.

나 역시 퇴사를 주제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퇴사와 관련한 다양한 컨텐츠를 접해보았다. 연재도 책도 다큐멘터리도.

근데 그 내용의 대부분은 ‘회사 다닐 때보다는 경제적으로는 힘들더라도 퇴사한 후 마음 속 행복을 찾았다.’랄지 ‘근근히 먹고 살지만 행복하다’와 같은 이야기가 꽤나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그 비중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상당수가 이런 상황에 있을 것이려니 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을 저격하는 듯 하여 걱정이 된다. 또 ‘뭘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는’ 사람 정도로 비춰질 것 같아 두렵다.

그래도 해야 할 말은 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숨을 크게 들이키고 해본다.




나는 사람들에게 절대로 ‘무턱대고 퇴사하기 권하지 않는다. 

당장 월급이 끊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만큼 급박한 상황이 된다면 더더욱 말이다. 비자발적으로 최소한의 소비로 살아가야 한다든지, 일시적으로 받은 퇴직금으로 얼마까지는 버틸 수 있으니 그때까지는 별 고민을 안하고 쓴다든지, 당장 이 일이 하기 싫으니 일단 퇴사한다든지와 같은 모습 말이다. (물론 소비는 줄이면 줄일 수록 좋고, 퇴직금이 미래의 나를 향한  다른 준비자금 용도라면 ‘ 쓰는  테다.  일로 인해 건강을 심하게 해쳤을 경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사하는 것은 정답. 건강보다 소중한 것은 없기 때문에.)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사람은 돈 없이는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는 것이다. 특히나 회사생활을 오래했던 사람일 수록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던 월급의 존재가 사라지는 순간 꽤나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변화가 좋은 방향은 커녕 나를 갉아먹는 상황으로 만들어버린다면 퇴사는 더이상 해방이 아닌 또다른 족쇄가 되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퇴사를 위해서는 어쩌면 취직을 위해 준비했던 것보다 훨씬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일단 퇴사하고 나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이 아닌, 퇴사하고 나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쉰다든지, 나에게 맞는 일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그리고 그 기간동안 또는 기간이 더 길어졌을 때 나의 의식주를 위한 돈은 마련되어있는지, 없다면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와 같은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나 돈이 있는 경우가 제일 좋다. 회사라는 안전망을 벗어나 풍파와 같은 사회로 덩그러니 홀몸으로 나올 때, 나 스스로를 믿고 지탱해줄 수 있는 건 오로지 돈 뿐이다. (물론 의지나 마음가짐 같은 것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말이다.) 

퇴사 이후의 삶이 처음이고 어느 누구도 나에게 정답을 알려줄 수 없을 상황에서 내가 아무런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오만이다. 흔들림을 지지해줄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응원이나 위로, 나 스스로의 다짐이나 의지 같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나의 존엄성을, 나의 자존심을, 나의 미래를 지켜주는 것은 결국 돈이다.

퇴사 후에 필요한 돈이야말로 오롯이 나를 배신하지 않을(?), 꼭 지켜지는 약속과 같은 돈이어야만 한다.

매월 받을 수 있는 월세, 분기별로 받을 수 있는 배당금, 정기적으로 자리잡은 저작권료 등과 같은 것들.

다른 사정으로 인해 끊길 돈이라면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실업급여도 그중 하나다. 나라에서 보장해주는 돈이라지만 언제든 정책 변경으로 바뀔 수 있다. 그리고 1년이 채 되지 않는, 한시적인 돈이다. 고작 몇 개월의 숨통으로 나를 책임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버겁다.

임시방편의 돈은 돈이라 여기지 말자.




일을 그만둔다는 것, 퇴사한다는 것. 나의 은퇴만큼은 어느 누가 봐도 떳떳한 것이 좋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밀려나서, 일의 무게에 못견뎌서, 어떤 상황에 몰려서 그만두는 것보다는, 내 의지만으로 똑똑하게, 그리고 모두로부터 박수 받을 수 있을 때 떠나는 은퇴가 훨씬 멋지지 않을까?

여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멋진 은퇴에는 꼭 돈이 필요하다. 객관적인 지표, 나를 배신하지 않을 돈. 그것을 꼭 갖고서 퇴사해야한다.

그래서 나는 늘 이야기한다. 절대로 자본소득이 생기기 전에는 퇴사하지 말라고. 내 인생의 꿈과 희망을 만들어줄 수 있는 건 퇴사를 함으로써 자유로워지는 나의 시간과 나를 배신하지 않을 돈이다.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은 이런 것이다. 적어도 내가 그동안 고통받으며 일해왔던 과거의 나 자신에게 자신있게, 당당하게 퇴사를 선언할 수 있는 상황.

 때가 되면 나는 더더욱 ‘당당한 은퇴자 된다.




퇴사를 하려면 오로지 ‘돈만 중요하다’를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니었다. 퇴사에는 그에 따른 용기, 굳은 마음가짐, 내가 원하는 미래 모습, 나의 소망,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의 행복, 속박되지 않는 자유, 나의 꿈 같은 것들이 따른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것들이 최우선으로 고민해야할 것들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것들을 이루어내는 것은 돈이다. 돈이 없으면 내가 진정 되고자 하는 그 모습이 되는 것이 힘들다. 이렇듯 자유를 가져올 수 있게 하는 건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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