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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달 Nov 17. 2018

"오빠, 우리 무슨 사이야?"

문태준 '사랑에 관한 어려운 질문'


여지껏 살면서 딱 한 번, 누군가에게 "우리 무슨 사이야?"라고 물은 적이 있다. 너와 나의 관계는 대체 뭐냐는 것을 묻는 딱 한 마디의 말. 나는 작정하고 한 질문이었는데, 그는 그런 질문을 받은 게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나는 마음에 차는 답을 듣지 못했다.


문태준이 올 초 낸 시집 <내가 사랑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에는 사랑시가 많다. '사랑에 관한 어려운 질문'도 그 중 하나인데, 나는 첫 문단부터 풉- 하고 웃고 말았다.



너는 내게 이따금 묻네

너와 나의 관계를

그것은 참 어려운 질문



'문태준에게도 그 질문은 참 어려운 질문이구나' 하는 생각, '관계를 정의하고 그 성격을 규명하고자 하는 욕구란 누구를 만나고 있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문태준이 시의 화자를 통해 내놓은 대답은 퍽 아름답다. "나는 너의 뒷모습"이라는 표현이 특히 그렇다. 이 시에는 시적 화자의 대답에 "분수같은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웃는" 여인의 모습도 함께 그려진다. 시집에서 이 시가 적힌 종이 두 쪽이 여름처럼 찬란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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