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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달 Nov 28. 2018

나는 평생 속없는 자로서 간단없이 갈 길 가려 하오

천양희 '공어 이야기'


속없는 나를 골빈 족속이라 착각은 마시오 속이 없다고 얼빠진 건 아니오 얼굴에서 얼을 빼면 굴만 남는 그들과는 다르오 속없는 내가 나는 좋소 어리석게도 좋소 속이 없으니 편하기 그지 없소 속있는 속물보다 속없는 내가 나는 좋소


천양희식 블랙 유머의 정수다. 비소 머금은 익살이 매력적이다.


재미있는 동시에 알싸하다. 상처받기 쉬운 약한 이들은 이렇게밖에 자기를 방어할 수 없어서다. 냉소는 많은 경우 약한 이들의 자기방어 수단이다. 시는 '속있는 속물'을 비틀고 비웃지만 그게 '공격'은 아니다.

"나는 평생 속없는 자로서 간단없이 갈 길 가려 하오"라는 마무리가 강단있어보이기도 하지만 왠지 쓸쓸하게 느껴져 뒷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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