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쟁이의 쓸모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경기도 의왕은 가구단지로 유명했다. 그곳엔 원목 가구를 만드는 가구공장, 공예품을 만드는 목공소, 가구 직판장 등이 가득했다. 가구거리 분위기는 내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꽤 활기찼다. 4인 가구가 많던 시절이다. 사람들은 결혼할 때나 자녀가 학교에 입학할 때, 평수를 넓혀 이사할 때 크고 값진 원목가구들을 사들였다. 그 시절 가구는 '좋은 것을 사서 평생 가져가는 것'으로 여겨졌다.
세상은 점점 바뀌었다. 1~2인 가구가 늘고,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다. 취향도 달라졌다. 가죽 소파, 나무에 무늬를 새겨넣고 유리를 끼운 장식장, 원목 식탁 같은 건 어느 순간부터 촌스럽고 거추장스러운 물건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제 철제와 플라스틱 등으로 만들어진 심플한 가구를 세련된 것으로 여긴다. 이케아 가구가 대표적이다. 그것들은 예쁘고 옮기기 쉬우며 값싸다. 사람들은 가구를 '평생 갖고갈 것'이 아니라 기분전환을 위해선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보고 있다.
가구단지는 쇠락했다. 그옛날 가구쟁이 아저씨들은 일거리를 잃었다.
사라지는 것엔 이유가 있다. 변화한 세상에 발맞춰 따라가지 못해 향유자 또는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도 있고, 자본의 논리에 의해 밀려날 수도 있다. 원목 가구의 경우 둘 다에 해당하는 듯하다.
세상은 돌고 돈다 한다. 요즘은 '뉴트로' 바람을 타고 예스러운 것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앤틱한' 가구도 그 수혜를 받을 수 있을까. 목공을 취미로 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나는 가구쟁이들을 떠올린다. 작은 목공소에서 내내 나무만 만지고 살았던 그들. 하지만 희망은 멀게 느껴진다. 가구쟁이 아저씨들은 이런 분위기를 영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 가구는 비싸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데, 요즘 젊은 애들이 이런 물건까지도 소비 대상으로 여겨 줄까? 세상이 돌고 돈다는데도, 상황은 낙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가구쟁이들의 손은 거칠고, 손가락 끝 지문은 닳았으며, 손톱 밑엔 절은 때가 껴 있다.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자들의 증거다. 그 손의 쓸모가 이제 적어지고 있다. 그 손이 벌어온 밥을 먹고 자란 나는 무슨 말을 하기가 어렵다.
*2019년 4월, 종이잡지클럽 VOSTOK 모임에서 VOSTOK 14호 <사라지는 나의 도시>를 읽고 나눈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