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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의 눈 속에서 그의 금 간 과거를 읽는다

허연 '좌표 평면'

by 겨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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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불판을 '점의 위치'를 정하는 좌표평면에 빗대다니! 어중간하고 잉여적이라고 느낀 자신의 말을 '불판 위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딱딱한 고깃덩이'에 비유하다니! 이분은 최소 고기와 술 좀 드셔보신 분이다.


"내게 사람들의 눈을 쳐다본다는 건 깨진 도자기의 연대기를 보는 일과 같다. 며칠째 사냥에 실패한 수많은 떠돌이들의 눈 속에서 그들이 속한 부족의 금이 간 과거를 읽는다." 이 부분 때문에 이 시에서 마음이 오래 멎었다.


금이 가거나 깨져본 경험은 사람에게 흔적처럼 남아있게 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줘서다.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어서 속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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