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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엽 변호사 Feb 27. 2024

계약 후 2년이 지난 뒤 잔금을 지급하겠다는 매수인

오늘에서야 잔금을 지급할 수 있으니 소유권이전등기해 달라!



오래전에 부동산을 매각하기로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잔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고, 수년 뒤 매수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연락을 받게 된다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냥 무시하면 되는 걸까요?




A 씨는 약 2년 전에 자신이 당시 거주하고 있던 집을 당시 이웃이었던 B 씨에게 매각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잔금 당일에 전액을 지불하지 않으면 계약이 해제된다는 내용을 명시하여 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요.


그러나 잔금 지급일 약 10여 일 전, 매수인은 자신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며 잔금지급일 당일에 잔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잔금 지급일로부터 몇 달이 지난 후에 계약을 새로이 수정하자며 연락이 왔지만 역시 제대로 합의가 되지 않아서 흐지부지 되고 말았고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 A 씨는 이미 계약이 해제된 것으로 생각하고 지냈습니다.


하지만 2년 여가 지난 뒤 A 씨는 갑자기 B 씨로부터 잔금을 지급할 테니, 등기이전을 해달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는데요.


그동안 집값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계약이 유효하게 되면 A 씨는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A 씨는 어떤 법적 대처를 할 수 있을까요?



출처 pixabay



A 씨는 당시의 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주장해야 합니다.


우리 민법 제544조는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A 씨와 B 씨의 매매계약은 단순히 시간이 지났다고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할 수는 없고, A 씨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B 씨의 잔금지급 의무를 이행하라는 최고를 하여야 하고, 그때에서야 비로소 계약이 해제되는 것이지요.



민법 제544조에 본문에 따르면 당시 계약은 제대로 해제되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 판례는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채무와 매수인의 매매잔대금 지급채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한 쌍방이 이행을 제공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행지체로 되는 일이 없을 것인바, 매도인이 매수인을 이행지체로 되게 하기 위하여는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등을 현실적으로 제공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이행장소에 그 서류 등을 준비하여 두고 매수인에게 그 뜻을 통지하고 수령하여 갈 것을 최고하면 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1. 5. 8. 선고2001다6053, 6060, 607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 민법 제544조 본문의 최고를 해석하고 있는 판례에 따르더라도 역시 이행지체에 따른 계약해제를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편, 우리 민법 제544조 단서는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르면 B 씨가 미리 연락하여 잔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것이 민법 제544조에 따른 이행거절에 해당되어 A 씨는 최고를 하지 않고도 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되어 실효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정도의 상황이 이행을 거절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까요?


우리 법원은 이행거절의 증명정도와 관련하여 "채무불이행에 의한 계약해제에서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로서 이른바 '이행거절'로 인한 계약해제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최고 및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을 요하지 아니하여 이행지체 시의 계약해제와 비교할 때 계약해제의 요건이 완화되어 있는바, 명시적으로 이행거절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외에 계약 당시나 계약 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묵시적 이행거절의사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그 거절의사가 정황상 분명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다77385 판결 등 참조).



만일 위와 같은 판례의 기준에 맞추어 거절의사가 정황상 분명하게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어떨까요?



A 씨는 이러한 경우에 예비적으로 계약의 묵시적 해제를 주장해 볼 수 있는데요.


우리 판례는 "계약의 합의해제는 명시적으로 뿐만 아니라, 당사자 쌍방의 묵시적인 합의에 의하여도 할 수 있으나, 묵시적인 합의해제를 한 것으로 인정되려면 계약이 체결되어 그 일부가 이행된 상태에서 당사자 쌍방이 장기간에 걸쳐 나머지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이를 방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사자 쌍방에게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없거나 계약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이 경우에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없거나 포기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계약이 체결된 후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계약의 묵시적 해제 요건을 표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다77385 판결 등 참조).



출처 pixabay


한편, 계약서에 명시한 "잔금 지급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A 씨의 이행 최고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닌지 여부가 궁금하실 수 있는데요.



우리 판례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계약에 있어서 매수인이 잔대금지급기일까지 그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그 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된다는 취지의 약정이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의 잔대금지급의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매도인이 잔대금지급기일에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여 매수인에게 알리는 등 이행의 제공을 하여 매수인으로 하여금 이행지체에 빠지게 하였을 때에 비로소 자동적으로 매매계약이 해제된다고 보아야 하고, 매수인이 그 약정기한을 도과하였더라도 이행지체에 빠진 것이 아니라면 대금 미지급으로 계약이 자동해제된다고는 볼 수 없다."라고 하여 매도인의 이행 최고의무를 면제해주고 있지 않습니다(대법원 1992. 10. 27. 선고 91다32022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르면 A 씨는 당시 계약의 수정에 대한 합의가 명백하게 결렬되고 이후 2년 여가 지났다는 사실 등의 정황을 들어 계약의 묵시적 해제를 주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계약의 해제의 경우, 쌍방의 계약 이행 의무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경우에 우리 법은 위와 같은 기준을 정해놓고 계약해제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므로 위의 규정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제대로 계약해제를 하여야 큰 재산상 손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 칼럼을 통해 계약의 해제와 관련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whatagenius/15


법무법인 정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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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953-2556



글: 이재영 변호사

검토: 정성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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