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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Jun 17. 2022

돌아온 주머니괴물 빵

포켓몬 빵이 뭐길래

    "엄마! 나도 포켓몬 빵 먹고 싶어!"


  ... 올 것이 왔다. 첫째가 학교생활을 하더니 어디서 포켓몬빵 얘길 듣고 왔나 보다. 하긴, 포켓몬 빵 열풍이 시작한 지가 언젠데... 이제야 포켓몬 빵이 먹고 싶다는 걸 보니 역시 둔한 첫째답다.


  첫째는 또래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들에 크게 민감하지 못한 편이다. 원체 몸으로 뛰어 놀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본인의 관심사 외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약간의 시크함과 타고난 둔한 기질이 이유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잘한 요행 거리라고는 도무지 취미가 맞지 않는 재미없는 엄마를 둔 것이 크게 한몫 했다. 사실 아들에겐 조금 미안한데, 금세 휘발되어 버리는 재미를 위해 무언가를 소비하는 것이 엄마인 나로서는 쉽게 용납이 되지 않았다. 나는 아이가 정말 간절히 원하지 않으면 어지간해서는 잘 들어주지 않는 엄마다. 물론 본인의 둔함으로 발 빠르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일이 많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그런데 그런 아들이, 포켓몬 빵이 먹고 싶다고 한다. '엄마 잘 알' 아들은 이런 요구를 엄마가 좋아하지 않는 걸 알고 있을게 분명했다. 엄마에게 '포켓몬 빵이 먹고 싶다.'는 말을 꺼낸 것만 하더라도 아이 나름에는 몇 번을 곱씹어 어렵게 꺼낸 말일 것이다.   


  하...  귀하신 포켓몬 빵의 소문은 익히 들어왔던 터. 맛집탐방도 줄서기가 싫어 포기하는 내가...!! 포켓몬 빵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단 말인기...!!! 당장 동네 슈퍼와 편의점에 빵 납품 일시 문의부터 해야 하나... 진정 내가 그래야 한단 말인가...!!!


  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엄마 자아와 온 마음으로 거부하는 원 자아 사이의 갈등으로 남몰래 시름하며 며칠을 보냈다. 이것이 한 겨울에 산딸기를 찾아 눈 덮인 산을 헤매던 효자 아들의 심정이던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까지 해가면서. (그러는 사이 줄 서서 사 오는 게 빨랐을 테다.)


  엄마가 (쓸데없이) 시름을 하고 있는 사이, 의외로 해결책은 둘째에게서 나왔다. 미술학원을 다녀온 둘째 아이의 손에 두 개의 포켓몬 빵이 들려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렇게...


이것도... 포켓몬 빵... 맞지...?





 해맑게 웃으며 둘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피카츄는 오빠 꺼! 푸린은 내 꺼!"  

  (심쿵!!)


 동생이 내민 포켓몬 빵을 심드렁하게 받은 오빠는 조용히 빵을 뜯은 뒤 크게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 맛은 있네."


 나는 남매에게 시원한 우유 한 잔을 내밀며 아이들이 포켓몬 빵을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남매라니...



 

 * 덧붙임 :

   1. 아들은 놀랍게도... 띠부씰의 존재는 모르고 있었다...(!!) 아들은 진짜 빵이 먹고 싶었던 것이었다.

   2. 딸아이에게 피카츄 발은 왜 이렇게 많은 지 물었다. 따님 왈... "모터 달린 것처럼 빨리 달리고 있는 거야."

   3. 남편은 피카츄를 보며 이후에 '지옥에서 돌아온 피카츄'라는 부제를 달았다.

   4. 모든 사연을 들은 아이들의 외할아버지는 딸을 한심해하며, 몸소 집 앞 슈퍼에 줄을 서서 포켓몬 빵 2개를 사다 주셨다. 당근에서 띠부씰 2개를 5천 원에 따로 사서 끼워 주시며...;;; (아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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