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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Aug 10. 2022

새벽을 여는 마음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3주 차에 접어들었다.

 

  그간 주어진 오전 시간 모두를 운동에 쏟아부은 내게, 아이들의 여름방학은 일과 전체의 지각변동을 초래했다. 나는 지난 3개월 간 스스로에게 투쟁하듯 운동에 매달렸고, 이제야 겨우 습관이라 할 만큼 자리를 잡았다. 겨우 잡아놓은 습관을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는 일. 평소 만은 못하더라도 운동은 계속돼야 하기에, 그렇게 나는 새벽 운동을 결심했다.





  불면증과 고질적인 수면장애를 동무삼아 반 평생 올빼미족 생활을 해온 내게, 새벽 운동이란 전설 속에 있다던 존재와 맞먹을 정도의 비현실적인 '무엇'이었다.


  아, 단 한번 새벽 운동을 한 적이 있다. 임용시험 수험생 생활을 할 때. 기나긴 수험생활에서 막판 스퍼트가 필요한 후반부에 체력이 떨어지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큰맘 먹고 새벽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6시, 헬스장 첫 개시를 하는 열정을 뿜어대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물론, 머지않아 끝이 났지만 말이다.


  새벽 운동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나에겐 삶의 활력을 주는 두 가지의 생명수가 있는데, 하나는 커피요, 다른 하나는 술이다. 카페인이 낮의 나를 존재하게 하고, 알코올이 밤의 나를 깨우니, 이 어찌 생명수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느 즈음에는 '내 영혼을 이루는 것은 인간의 지성과 감정이 아닌 카페인과 알코올이 아닐까.' 하는 기상천외한 생각을 제법 진지하게 하는 날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 대단한 커피 애호가에 프로 말술러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나, 현실은 속이 쓰린 관계로 '하루 커피 총량제'와 '집콕 혼술은 적당히' 운동을 실천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아무튼, 밤늦게 홀짝이는 알코올 섭취에 다음날 아침이 개운 할리 만무할 터.

  그렇게 나와 새벽 운동의 인연은 이어질 수 없는 사이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 운동을 결심한 이유는 단 하나다. 아이들과의 온전한 오후를 위해서.

  한참을 잊고 살던, '빨리빨리!!'와 '서둘러!!!' '뭐 하는 거야?!!!!', '뭘 뭉그적거리고 있어!!'로 가득 찰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꼭 지나고 나서 과거의 소중함을 깨닫는 어리석의 부류의 인간이고, 과거를 곱씹고 후회를 반추해 기어이 스스로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좋지 않은 습관을 가진 사람이다. 지나쳐온 시간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당장 지금 주어진 시간을 후회 없이 쓰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또 언젠가는 찾아오고야 말 '엄마 역할 자괴감' 타임에 필요 이상의 반성과 감상을 끌어들이지 않기 위해서다. 자신에게 '내가 그래도 이 정도 했으면 됐지! 애들에게 할 만큼 했지!!'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매일 아침 5시 50분. 나는 핸드폰 알람을 설정했다.






  새벽 운동 3주째.

  중간에 다녀온 휴가와 물놀이, 코로나 걱정으로 설레발친 며칠이 끼었으나 운동을 할 수 있는 대부분의 날을 빠지지 않고 채웠다. 비록 늦은 시간에만 써지는 글에 하루 수면시간이 매우 짧아지긴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다 좋을 순 없기에. 하고자 하면 무엇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단순한 진리 앞에, 오늘도 나는 겸손히 적응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힘들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들의 방학은 끝이 날 것이고, 나의 휴직도 끝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관문을 열고 또 한 번의 새벽을 맞이한다.


   시간의 유한함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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