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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Aug 20. 2022

밤의 길목에서

한낮의 계절을 뒤로하고

이윽고 어둠과 함께 바람이 내렸다.


한낮의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땀을 흘렸던가.

겨우 밤이 되고 나서야

한낮의 나를 반추해 본다.


시절은 계절과 같고

태양은 때가 되면 기울어진다.


나를 찾는 이 줄고,

나를 비추던 빛 사그라져도,

아이여,

아쉬워 말지어다.


잠시간의 숨 고름 뒤에

계절은 다시 너를 찾을 것이니.



일을 그만둔다는 두려움이란 뭘까요.

제 경우는

세상 한가운데 당당히 서 있다가

더 이상 세상의 중심에 서 있지 않다는

일종의 불안감 같습니다.

열정을 쏟는다는 건

타는 듯한 태양 아래

내가 태양인 줄 알다가 나도 모르게 불  타 버리는

재 같은 것이니까요.

잊혀지는 삶에 구태여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덕분에 쉬어가지 않았다면 결코 찾지 못했을

'안식'이란 것을 배우기도 했지요.

 

복직을 앞두고 학교에 들렀습니다.

짧은 휴직이었기에 저를 기억하고 반겨주는 분들이 많았지요.

그런데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고마워야 할 진데,

불편했어요.

과거의 저를 기억하고

미래를 기대한다는 것에

적잖은 부담을 느꼈습니다.

저는 그때도, 지금도

그저 지금을 살뿐이거든요.

타인의 기대는 감사하지만 숨이 막힙니다.

주어진 삶에 충실할 자유를 빼앗고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거든요.

제 의사와는 달리 말이죠.

그저 제게 충실한 나머지

운좋았던 과거와 달리 뒤틀린 미래를 만들지도 모는데요.


한편으론,

다시 일하는 사람의 정체성을 되찾게 되어 기쁘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엄마 다움과 달리

자연인 다움은 일하며 살고 싶거든요.


하지만 자신하진 못합니다.

인간은 간사해서,

지금의 소중함은 희석되고

다시 투덜거리며 마지못해 살아가는 날이 올지도 모르거든요.


아니요, 그날은 분명히 옵니다.

그래서 씁니다.


이 글은, 그날의 도래를 대비해

미래의 저에게 보내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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