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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ATEVER Feb 20. 2023

파는 순간. 사는 순간.

돈을 번다는 건, 무언가를 파는 일이다. 그것이 상품일 수도 있고, 음식일 수도 있고, 서비스일 수도 있고,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돈이 되려면 사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사는 사람의 고민과 의심, 그리고 결정의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 당연하고 단순한 과정을 파는 사람은 쉽게 망각할 때가 있다. 특히 아이디어를 파는 광고나 콘텐츠 업계일수록 이런 망각의 과정은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난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해서 구성해 낸 좋은 광고 영상 제안서가 있다. 제안서를 광고주에게 소개하는 자리는 아이디어를 파는 자리다. 꼼꼼한 분석을 시작으로, 합리적인 토론과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으며, 집요하게 표현의 완성도를 높였다. 파는 사람은 팔 수 있다는 긍정적인 확신을 갖고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사는 사람의 긍정적인 반응만을 기대하면서. 하지만 사는 사람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게는 의심의 눈초리로 아쉬운 점과 보완할 점을 늘어놓는다. 파는 사람은 지난날의 고생이 이렇게 폄하되나 싶어 실망감과 허탈함에 사로잡힌다.


물건을 사는 사람의 심리로 되돌아와 보자. 이 모든 과정은 지극히 당연한 과정일 수도 있다. 물건을 사는 사람은 자신의 돈을 지불해서 물건을 산다. 물건이 당장 마음에 들었다 하더라도, 이 물건이 정말 필요한지, 물건을 산 후에 후회하게 될 단점은 없는지, 따져본다. 비싼 물건일수록 이 과정은 더 꼼꼼해지고 길어진다. 물건의 장점은 분명하지만 보이지 않는 단점을 찾아내는 데에도 에너지를 쏟는다. 집을 보러 갔을 때, 보이지 않는 곳을 꼼꼼히 살펴보는 심리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광고 영상과 같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사야 하는 아이디어를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일은 사는 사람의 심리 속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내가 사고자 하던 그런 결과물인지, 또 이 금액을 지불하고 샀을 때 나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고민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사는 자가 물건이 좋지 못하다 좋지 못하다 하다가 돌아간 후에는 자랑하느니라” _ 잠 20:14


사는 순간에 단점을 찾아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물건을 사고자 하는 마음도 함께 담겨 있다. 그 단점을 상쇄할 만한 장점과 눈에 보이는 단점들을 저울질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최종 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하는 인간 본연의 심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건을 사기로 결정한 순간, 사는 사람에게 장점은 더 부각되고, 단점은 점점 희미해져 간다. 스스로의 의사결정에 확신을 갖기 위함이다.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그것이 세상에 노출되었을 때 그것을 산 사람이 누구보다 적극적인 스피커가 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사실, 처음부터 어떤 장점이 보였기에 그 물건을 집어든 것이고, 그 아이디어를 논하게 된 것이다. 세상엔 그 어떤 것도 완벽한 것이 없기에, 집어든 물건과 아이디어엔 단점이 묻어 있기 마련이다. 그것 역시 사는 사람의 취향에 근거한 단점일 때가 많다. 아이디어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과 평가에 지나치게 마음 둘 필요가 없다. 부정적 피드백을 긍정적 피드백과 함께 내는 클라이언트를 만난다면 더 없는 행운이겠지만, 그런 클라이언트는 많지 않다. 욕망과 욕심이 앞서는 클라이언트가 더 많기에(더 많아지고 있기에), 이 모든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집을 보러 온 사람들 중에 친절한 사람들보다 깐깐한 사람들이 계약할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물건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들여다보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아티스트의 감성을 갖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그림을 구성해 가지만, 물건을 파는 순간만큼은 사는 사람의 순간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이디어와 같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일에서만큼은 사는 사람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둘어줄 필요도 있다. 사는 순간의 심리는 세상 누구라도 비슷할 것이기에-


사는 순간의 고민과 의심은 인간의 본성이다. 8살 딸에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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