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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팬덤 운영의 8가지 함정

브랜드 팬덤 담당자가 알아야 할 운영 체크리스트

by 박찬우

팬덤은 브랜드에게 꿈같은 선물입니다. 하지만 그 선물을 잘못 다루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치 신화 속 미다스의 손처럼, 팬덤이라는 황금의 손길이 때로는 브랜드를 질식시킬 수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함정들을 피해야 할까요?


첫 번째 함정: 숫자의 환상에 빠지지 마세요


양적팬 수를 관리하고 자산화하는 것은 팬과 팔로워 수에 집착했다가 실패했던 이전의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반복하는 것과 같습니다. 2010년대 초반 많은 브랜드들이 '좋아요' 수와 팔로워 수만 늘리는 데 급급하다가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허상을 경험했습니다. 브팬드 팬덤의 구축 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팬의 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그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좋은 경험들을 축적해 가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관계 구축이 더욱 중요합니다.


두 번째 함정: 모든 사람을 팬으로 만들려 마세요


모든 사람이 여러분의 브랜드를 지지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모든 사람이 지지한다면 지지자, 팬의 의미가 없겠죠. 브랜드에 진정한 가치를 느끼는 소수의 핵심 팬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무리한 마케팅 압박이나 과도한 혜택으로 지지를 강요하려 한다면, 이는 일시적인 관심은 끌 수 있어도 진정한 팬덤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브랜드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국내 한 화장품 브랜드는 '모든 연령대의 고객'을 타겟으로 설정했다가 오히려 정체성이 흐려져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반면 글로시에(Glossier)는 20-30대 밀레니얼 여성이라는 명확한 타겟에 집중해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브랜드 앰배서더가 되어주었습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와 경험이 자연스럽게 공감을 불러일으켜 팬덤이 형성되도록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 함정: 팬들을 가두어 놓으려 하지 마세요


기업들은 발굴한 팬들을 모아 기업의 메신저로서 활용하고, 심하게는 팬들의 행동까지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행동의 기저에는 '팬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혹시 팬덤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팬덤이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브랜드의 의도대로만 움직이도록 '도구화'하려는 시도죠. 이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2019년 한 글로벌 게임 회사가 팬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리뷰만 작성할 것'을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가 엄청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오히려 부정적 리뷰가 급증했고, "진정성 없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굳어졌죠.


반면 레고는 팬들이 자유롭게 창작한 작품들을 레고 아이디어(LEGO Ideas) 플랫폼에서 공유하도록 하고, 인기 작품은 실제 제품화합니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자신의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고, 레고는 단지 플랫폼과 지원을 제공할 뿐입니다.


팬들의 참여로 의미 있는 결과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네 번째 함정: 팬들에 대한 지나친 접촉과 관여는 오히려 독


팬들을 발굴해 활동을 의뢰하거나 가이드를 제시하기만 하다 보면 오히려 팬들이 반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우리 팬이니까 더 많은 걸 알려주고 싶고, 더 가까이 지내고 싶다'는 '애정'의 표현일 수 있지만, 팬의 입장에서는 '선을 넘는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브랜드의 '불안감'이 팬들의 활동을 지나치게 '관리'하려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팬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때 지원하거나 공식적인 지원 경로를 통해 접촉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그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섯 번째 함정: 과도하게 숭배하거나 저자세는 위험


팬들은 우리 브랜드나 기업의 친구이며 협력자입니다. 그들에게 과도한 지원과 저자세로 활동을 부탁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팬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과 모시는 것은 상당히 다른 의미입니다.


기업들이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하면서 취했던 태도와는 다르게, 친구처럼 협력자와 같은 관계로 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들과의 공감과 소통이 더욱 중요합니다.


나이키의 'Nike+ Run Club'은 좋은 예시입니다. 나이키는 열성 러너들을 '파트너'로 대우하며, 신제품 테스트에 참여시키고 피드백을 실제로 반영합니다. 하지만 결코 그들에게 굽신거리지 않습니다. 대신 동등한 러닝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합니다.


여섯 번째 함정: 과도한 보상을 제안하거나 제공 마세요


브랜드 지지자의 신뢰 시스템을 살펴보면, 브랜드 지지자들은 잠재 고객에게 추천하고, 추천받은 잠재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브랜드에게 수익을 제공합니다. 수익을 얻은 브랜드는 이를 추천해 준 지지자들에게 보상하게 됩니다. 이 구도가 연속적으로 잘 돌아간다면 성공적인 브랜드 지지 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브랜드 지지자는 왜 추천하는 것일까요?


바로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라는 순수한 의도 때문입니다. 잠재 고객들도 이런 순수한 의도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추천을 귀담아듣는 것입니다.


따라서 브랜드가 제공하는 보상이 너무 크거나 너무나 금전적이라면 그 순수성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치 순수한 사랑에 금전적 대가를 부여하는 것과 같아서, '우정'이었던 관계가 '거래'로 변질될 수 있는 거죠.그들에게 보상할 때는 최대한 금전적인 부분보다는 그들의 도움에 순수하게 보답하거나 성취감을 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일곱 번째 함정: 맹목적 충성을 기대하지 마세요


3세대 팬덤은 팬이 기획자이며 전략가입니다. 기업에게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1세대 팬덤처럼 무조건적으로 기업을 감싸고 방어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요즘 온라인상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닌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결국 이슈 당사자가 무죄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기업에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요즘의 팬덤은 무조건적으로 옹호하지 않고 사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팬들 간에 토론을 거쳐 행동에 나선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 진정성 있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팬들에 대한 매너입니다.


여덟 번째 함정: 팬덤이 독이 되는 순간을 경계하라


스타워즈 팬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인생을 살았던 배우 사이먼 페그. 그는 "스타워즈는 내 인생 최고의 영화"라며 팬심으로 배우가 되어 실제로 스타워즈에 출연까지 했습니다. 그런 그가 라디오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재 가장 유해한 팬덤은 스타워즈 팬덤이며, 이는 너무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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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걸까요?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이라 칭송받던 스타워즈 팬덤은 신작 배우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 SNS 집단 린치, 과도한 보이콧으로 악명 높은 집단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스타워즈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행동들이, 오히려 스타워즈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죠.


이것이 바로 '독성 팬덤(Toxic Fandom)'입니다. 팬덤은 원래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만 진짜 팬이야", "우리가 지켜야 해"라는 생각이 강해지면 문제가 시작됩니다. 마치 과보호 부모가 자녀를 망치듯, 과한 사랑은 독이 됩니다. 비판적 의견을 내는 사람에게 집단 공격을 가하고, 신규 팬이나 라이트 팬을 "진짜 팬이 아니다"라며 배척하며, 브랜드의 새로운 시도를 거부하고 "예전이 좋았다"며 발목을 잡고, 심지어 브랜드 자체를 공격하는 상황까지 발생합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팬덤이 생기기만 하면 무조건 좋은 거 아냐?" 아닙니다. 독성 팬덤은 오히려 독약입니다. 새로운 고객들이 "저 브랜드 팬들 무서워서 못 가겠어"라며 등을 돌리고, 협력사들이 "저 브랜드 팬들 까다로워서 협업 안 할래"라고 기피하며, 언론에서는 "문제 있는 브랜드"로 낙인찍습니다.


브랜드 팬덤을 이야기할 때 구축만 된다면 무언가 우리 브랜드에 좋은 일만 생길 것이라는 긍정적인 부분만 강조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팬덤이 때로는 강한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특정 대상을 선호하고 지지한다는 정체성을 공유하는 집단인 팬덤은 종종 정체성을 달리하는 외부로부터의 어떤 비판이나 도전도 용납하지 않고 집단 공격으로 응수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독성 팬덤으로 전락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비난의 대상이 되어 그들의 영향력을 잃게 되고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스타워즈 팬덤과 같이 팬덤의 대상인 브랜드를 공격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팬덤이 기대하는 가치와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 사이에 간극이 벌어질 때 문제가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혁신적인 브랜드"를 표방하면서 계속 똑같은 제품만 내놓거나, "모두를 위한 브랜드"라고 하면서 특정 팬덤만 우대하면 불만이 쌓입니다. "무엇을 약속하고, 무엇을 제공했는가", 즉 팬덤의 관심사와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지 않도록 같은 세계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한 팬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 열린 커뮤니티 문화, 그리고 적절한 경계 설정이 필요합니다. 팬들의 열정은 환영하되, 그 열정이 타인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지 않도록 브랜드가 먼저 건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합니다.


진정한 브랜드팬덤을 키우는 법


브랜드 팬덤 구축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선 장기적인 관계 구축입니다. 마치 정원사가 꽃을 키우듯, 조급하지 않게 인내심을 갖고 가꾸어야 합니다. 진정성 있는 소통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협업을 통해 건강한 팬덤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한 8가지 함정들은 팬덤을 그저 '관리'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숫자'에만 매몰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실수'들을 경계하자는 의미입니다. 이 함정들을 피해나가면, 비로소 브랜드는 팬들로부터 단순한 지지를 넘어선 '애정 어린 파트너십'을 얻게 될 것입니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팬덤을 만들기 위해서는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고 끊임없이 배우며,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 그리고 세심한 관리를 통해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아닌, 브랜드의 '존재 이유'이자 '성장 동력'이 되어줄 브랜드와 팬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예측 불가능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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