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의 진짜 영향력을 만드는 법
영향력이란 것이 참 신기합니다. 같은 말을 해도 누군가는 귀 기울여 듣고, 누군가는 무시하죠. 그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인지에 달려있습니다.
2021년 라면값 인상 결정을 내린 오뚜기에 비판 목소리를 낸 소비자 단체에 '오뚜기 팬덤'이 우르르 몰려가 단체의 홈페이지 '소비자 목소리' 게시판을 점령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소비자 목소리'라는 게시판은 평소 약 7건의 게시물이 올라올 정도였는데 "서민의 대표 식품을 제조하는 기업답게 사회적 책임을 지고 이번 가격 인상을 재검토하기를 촉구한다."는 비판을 소비자 단체가 발표하자 '갓뚜기' '오뚜기만세' 등 익명의 오뚜기 팬덤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해당 단체 홈페이지에 대거 몰려들어 약 100건 이상의 오뚜기 비판에 대한 성토글로 도배를 한 것입니다.
여러분들께는 오뚜기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팬덤이 어떻게 보이시나요? 당장 나도 참여하고픈 선망의 대상이 모인 집단으로 보이시나요?
팬덤의 이름조차 없어 '오뚜기 만세', '오뚜기 흥해라', '어이없네' 등 익명으로 게시물을 작성하고 비판의 근거나 논조가 없이 달랑 '13년 동안 월급 동결하신 분?', '오뚜기가 만만해요?', '정작 롯데 같은 데는 찍소리도 못하면서...'등과 같이 항의성 문구 한 줄로 게시물을 도배한 몇 가지 상황만 보아도 해당 건으로는 다른 대중의 선망의 대상이 되긴 힘들어 보입니다. 오히려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익명으로 마치 떼쓰듯 항의하는 모습은 선망의 모습은커녕 팬덤에서 보여서는 안 되는 '친목질'로 오인받기 좋습니다. '친목질'은 '친목'에 '질'을 더한 합성어로 친목질은 친목을 넘어서 남에게 피해를 끼칠 정도로 하는 것이나 행동을 이르는 말입니다. 친목질이 많아지면 결국 커뮤니티가 문을 닫게 될 정도로 심각한 것입니다.
평상시 팬덤의 이름을 지어 소속감을 만들어주고 잦은 소통으로 교류하면서 라면 값 인상 결정 발표 전에 "최근 밀가루, 팜유와 같은 식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설비 투자 및 인원 충원 등을 통해 보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개발하고 생산하겠습니다."라고 미리 인상 배경을 팬들에게 전했다면 소비자 단체에 찾아간 팬들의 행동이나 게시물의 내용이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팬덤의 기본은 팬을 선망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팬덤을 만들어놓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저들은 왜 저러지?"라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면 당연히 그들은 다른 이들에게 그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영향력이 없어집니다. 따라서 브랜드 팬덤의 영향력을 대중과 연결하기 전에 그들을 먼저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이제 고객은 단순히 브랜드를 구매하는 소비자를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 가치관, 그리고 제공하는 총체적 경험에 깊이 공감하는 ‘브랜드 팬’이 됩니다. 이러한 팬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옹호(Advocate)하고, 자발적으로 홍보(Promoter)하며, 심지어 제품과 서비스의 공동 창조자(Co-creator)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팬덤이 단순히 상품을 소비하는 집단을 넘어, 사회적 지위나 가치, 독점적 경험을 상징하는 커뮤니티로 인식될 때, 즉 '선망의 대상'이 될 때, 그 영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됩니다. 또한 팬덤은 외부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소속감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는 팬덤의 응집력을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팬 유입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브랜드의 팬덤을 대중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만드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독점적인 혜택과 보상, 의미 있는 협업 활동이나 그 결과물, 그리고 팬덤만의 문화, 이 세 가지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팬덤에 소속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희소성 있는 혜택과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팬덤 외부의 대중에게 “나도 저런 혜택을 받고 싶다”는 선망을 불러일으키는 핵심 전략입니다. 이는 팬덤 활동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특권을 가진 사회적 지위로 인식되게 만듭니다.
휴롬은 '베프 케미스트'로 새로 선정된 팬들에게 과채주스 컵, 앞치마, 레시피북 등으로 그들의 팬질을 도울 스타터 키트란 굿즈 패키지를 제공합니다. 스타터 키트를 받은 베프 케미스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를 인증함으로써 휴롬의 팬덤임을 동시에 선언하게 되고 대중들은 댓글로 이 한정판 굿즈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묻다가 휴롬의 팬덤 프로그램을 알게 됩니다.
CGV는 로열티 프로그램에서 상위등급인 VVIP와 SVIP 레벨의 고객에게 제공하는 여러 가지 혜택 중 '원데이 프리패스'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원하는 단 하루, 원하는 극장에서 무제한 무료 관람 가능한 SVIP, VVIP 등급 회원의 전용 혜택이죠. '원데이 프리패스'를 이용한 후 인증을 공유하면 상대적 하위 등급의 회원들의 레벨 업 의지를 불태우게 됩니다.
보상은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이 아닙니다. 인정, 성장 기회, 특별한 경험 등이 오히려 더 강력한 보상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VP(Most Valuable Professional) 제도의 혜택을 살펴보죠. 대표적인 혜택이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Microsoft Ignite)에 초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최하는 연례 기술 콘퍼런스로, IT 전문가, 개발자, 기술 커뮤니티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예요. 이 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전략, 그리고 최신 기술 동향을 발표하고 공유하죠. 이 콘퍼런스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 IT업계에서 전문가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강력한 사회적 인정 보상입니다.
보상과 혜택을 준비하실 때에는 브랜드와 연관하게 브랜드 프로세스를 활용하거나 팬들의 활동에 영향력을 더 해 줄 수 있는 방법들을 먼저 찾아보아야 합니다. 브랜드와 상관없는 강력한 보상, 특히 금전적인 보상은 쉽게 설계할 수 있지만 팬덤의 활동을 상업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합니다.
팬덤을 브랜드 활동의 단순한 관찰자나 홍보자가 아닌, 제품 기획, 개발, 마케팅에 직접 참여하는 공동 창조자(Co-creator)로 인식하고, 이들에게 명예와 보상을 제공하는 방법입니다.
팬덤을 공동 창조자로 인식한 대표적인 사례는 여러 번 설명드린 '레고 아이디어스'가 있습니다. 유사한 국내 사례를 찾아보죠.
김치에 누름돌을 올려 건더기가 국물에 잠기도록 한 전통 방식을 김치통에 적용할 것을 제안한 주부 서포터즈의 아이디어를 단순한 의견으로 처리하지 않고 제품에 적용시키도록 노력하여 제품을 출시 한 락앤락의 사례가 있습니다. 락앤락은 주부서포터즈 커뮤니티의 아이디어 코너를 적극 제품에 반영하여 설명드린 프레스 김치통을 비롯하여 김밥 전용용기, 두부 전용용기, 계란 전용용기 등 다양한 고객과 협업 제품을 제작하였습니다.
'나의 아이디어가 제품이 된다'는 팬덤의 활동은 기업의 비즈니스에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고객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다른 고객들이 평가하여 실제 제품 및 서비스에 반영하는 참여형 플랫폼을 운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커피가 쏟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해결책, '스플래시 스틱'과 '매장 내 무료 와이파이' 등이 팬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했습니다. 이는 팬덤을 혁신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모델이며, 팬덤은 자신의 제안이 실제 구현되는 과정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더욱 느끼게 되고 혁신의 결과물은 대중에게 선망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나도 도전해 봐?'라는 의욕을 이끌어 냅니다.
이렇게 팬들을 협업의 파트너로 참여의 기회를 열어주고 그 참여 결과물을 소중하게 다루고, 그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결과물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단순히 참여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참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명확히 해줘야 합니다. 놀이와 노동의 놀동으로 사회적 가치, 브랜드 발전에 기여, 다른 팬들과의 연대감 등 참여 행위 자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진정성 있는 소통과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팬덤 구성원 간, 그리고 브랜드와 팬덤 간의 정서적 유대감과 소속감을 강화하는 방법입니다.
사진의 제품 이름을 아시나요? 강의 때마다 질문을 던지지만 교육장에 A.R.M.Y가 없다면 답은 '형광봉'에서 시작하여 '야광봉'까지 다양하게 쏟아져 나옵니다. 정답은 아미밤(A.R.M.Y BOMB)으로 방탄소년단 응원봉입니다. 이처럼 팬덤은 팬들과 그들만의 언어, 팬들과 그들만의 문화로 더욱더 유대감과 소속감을 강화하죠.
브랜드 팬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팬덤의 이름부터 팬덤과 관련한 제품, 서비스, 이벤트등 모든 것에 독자적인 이름을 부여하고 팬들이 사용하고 즐길 수 있도록 문화로 안착시키세요.
치토스는 치틀(cheetle : 치토스를 먹다 보면 잔뜩 묻게 되는 오렌지컬러의 치즈가루)이 평상시 자주 사용하는 손에 묻어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치토스를 먹는 데 사용하지 않은 손으로 폰트를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재미난 상상으로 'Other Hand Font' 캠페인으로 실제 폰트를 제작하여 배포합니다. 치토스는 팬덤에 치틀을 결점으로 생각하지 않고 팬심의 정도로 판단하는 문화를 이미 구축하였기에 이러한 치토스의 시도가 강한 개성으로 차별화하게 되어 더욱 소속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지프 웨이브(Jeep Wave)는 길 위에서 만나는 지프 오너들끼리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것을 팬덤 문화입니다. 이는 지프 오너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비공식적인 인사법이자, 서로가 같은 커뮤니티의 일원임을 확인하는 상징적인 놀동입니다. 미니(MINI) 오너들의 모임에서 보이는 '떼빙' 문화는 단순한 행렬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미니코리아 동호회의 한 관계자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미니런에 참여했다가 차를 팔지 못하고 계속 타는 회원을 많이 봤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이러한 커뮤니티 활동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인간이 집단에 소속되기를 원하는 속성은 단순히 심리적 취향을 넘어, 생존과 번영을 위한 진화적 본능이자 핵심적인 심리적 욕구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물리적인 생존의 위협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집단에 소속되려 합니다. 그들만의 언어, 그들만의 문화로 강하게 결속한 팬덤에게 사람들은 자신도 소속되길 원하는 선망의 대상이 됩니다.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팬덤과의 유대를 통해 정서적 만족을 얻고 싶어 합니다.
정리하면, 팬덤의 영향력을 얻기 위해서는 팬을 선망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강력한 보상을 제공하며, 팬덤 활동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참여의 결과물을 의미 있게 만들고, 마지막으로 소속감을 만드는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브랜드의 팬이 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정체성이 되고,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이 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여러분의 브랜드나 서비스에도 이런 원칙들을 적용해 보세요. 고객을 단순한 구매자가 아닌 선망받는 팬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들이 직접 여러분의 브랜드를 전파하는 가장 강력한 마케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