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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 마케팅 : 팬심을 넘어 브랜드 경험의 확장으로

팬덤과 현실을 잇는 연결고리, 성공하는 굿즈의 조간

by 박찬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오픈런'이 벌어졌습니다.


스크린샷 2025-10-11 130739.png 까치 호랑이 배지 ( 출처 : 국립박물관 문화상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호랑이 캐릭터와 닮은 까치호랑이 배지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 것입니다. 박물관 측도 "박물관에서 오픈런은 처음"이라며 놀랄 정도였죠.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뮤지엄+굿즈) 매출은 2016년 약 61억 원에서 지난해 약 213억 원으로 3.5배 성장했습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 300억 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야말로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 중입니다. 딱딱하고 지루하다던 박물관이 어떻게 가장 힙한 공간이 되었을까요? 그 비밀은 바로 '굿즈'에 있습니다.


'굿즈(Goods)'는 원래 '상품'을 뜻하는 일반적인 용어입니다. 하지만 문화 콘텐츠 산업, 특히 K-POP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시작되어 특정 인물, 작품, 브랜드와 관련된 상품을 지칭하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초기에는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이미지를 활용한 비공식 기념품에서 시작했지만, 이후 공식 제품으로 발전하며 소장 가치와 팬심을 대변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팬덤 문화의 강력한 영향력을 목격한 기업들은 자사의 브랜드 가치와 스토리를 담은 굿즈를 제작하며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팬덤 마케팅에서 브랜드 굿즈로!


브랜드 굿즈의 여정은 '빌려온 팬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당장의 매출 성과를 내기 위해 이미 형성된 타 팬덤을 대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곰표 밀가루가 맥주 브랜드와 협업하고, 편의점이 아이돌 굿즈를 판매하고, 식품 회사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패키지에 넣는 식이었죠. 특정 IP, 인물, 현상에 이미 형성된 소비자의 애착과 충성심을 활용하는 전략이었습니다.


* 우리는 15화 <팬덤 마케팅 : 팬덤도 대여가 가능한가요?>에서 이러한 전략을 이미 살펴보았습니다.


브랜드가 제작한 굿즈는 분명 강력한 마케팅 도구입니다. 먼저 장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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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합리적인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광고 캠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SNS에서 바이럴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2021년 대상 청정원의 안주야가 더워터멜론과 협업해 출시한 '혼술선풍기'는 제작비 대비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뒀습니다. 공중파 뉴스에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둘째, 브랜드에 새로움을 제공합니다. 50년이 넘은 대한제분의 곰표 밀가루가 MZ 세대에게 가장 힙한 브랜드로 재탄생한 것은 바로 굿즈 마케팅 덕분이었습니다. 곰표 맥주, 곰표 패딩, 곰표 화장품까지. 밀가루를 사지 않던 젊은 세대가 곰표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셋째, 소비자의 관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정 기간 프로모션이라는 특성상, 본업 제품만큼 완벽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재미있는 시도"로 받아들여줍니다. 파격적이고 때로는 뜬금없는 시도에도 냉정한 평가보다는 애정과 재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투입되는 예산도 전통적 캠페인보다 훨씬 적고,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도 크게 이슈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팬덤 마케팅의 협업 결과물로 탄생한 초기 굿즈들은 분명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협업이 끝나면 그 열기도 식었고, 빌려온 팬덤의 팬들은 때로 "이건 우리 것이 아니야"라며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굿즈를 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도구'라는 것을 말이죠. 그래서 브랜드들은 남의 팬덤을 빌리는 단계를 넘어, 자체 브랜드 굿즈로 고유한 팬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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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가 대표적입니다. 처음에는 BTS 알엠이 소장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로 화제가 됐지만, 이제는 '뮷즈'라는 브랜드 자체의 팬들이 생겼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2025년 매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애니메이션 흥행으로 까치호랑이 굿즈가 품절 대란을 일으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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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의 두꺼비 굿즈는 소주 브랜드가 어떻게 자체 팬덤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입니다. 진로소주의 상징인 두꺼비 캐릭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브랜드 굿즈를 전개했는데, 특히 MZ 트렌드에 맞춰 스트릿 패션 브랜드 '커버낫'과 협업한 후드 집업, 반팔 티셔츠, 크로스백, 스마트폰케이스는 판매 1분 만에 완판 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진로의 두꺼비 캐릭터 마케팅은 단순한 굿즈 판매를 넘어 체험 요소를 더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콘텐츠를 확산하는 양방향 소통 채널로 진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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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현대 N 컬렉션도 주목할 만합니다. 고성능 브랜드 N의 정체성을 담아 티셔츠, 더플백, 미니카, 머그컵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굿즈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오닉 5 N 일러스트 티셔츠, N 버킷햇 같은 아이템들은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젊은 세대도 N 브랜드의 팬이 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드라이빙 그 이상의 즐거움'이라는 슬로건처럼, 굿즈를 통해 일상에서도 N의 스포티함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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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월타올의 타올쿤은 74년 전통 기업의 완벽한 변신입니다. 2023년 부산 편집숍 발란사와 협업해 타월을 의인화한 익살스러운 캐릭터 '타올쿤'을 개발했고, 이를 중심으로 볼캡, 폴로셔츠, 유리컵, 접시, 트레이 등 50여 종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MZ세대에게 낮았던 브랜드 인지도를 굿즈로 극복하며, 전통 제조업체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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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IL의 구도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귀여운 외모와 다정한 성격의 캐릭터 구도일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와 굿즈를 전개하며 '원 소스 멀티유즈' 마케팅의 대표주자가 되었습니다. 한 캐릭터에 집중해 탄탄한 스토리 기반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이를 굿즈로 구현해 낸 것입니다.


이러한 브랜드들의 노력으로 굿즈는 팬덤 마케팅의 도구에서 출발해, 이제는 브랜드만의 팬덤을 창출하는 핵심 자산으로 진화했습니다.


팬덤에서 굿즈의 7가지 핵심 역할


모든 브랜드 굿즈가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최근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 굿즈에 뛰어들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브랜드 굿즈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팬덤에서의 굿즈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팬덤에서 굿즈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굿즈는 단순히 물건을 넘어, 추상적인 팬심을 구체적인 현실로 만들어줍니다. 마음속으로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온라인상의 팬심을 오프라인의 현실 공간으로 소환하는 다리 역할과 같습니다. 가상의 아이돌이나 온라인 콘텐츠에 열광하는 팬들이 그들의 아이콘이 담긴 굿즈를 소유함으로써 현실에서도 팬심을 확인하고 경험하는 만족감을 얻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유'는 단순한 물질적 소유를 넘어 '경험을 소유하는 것'으로 인식됩니다. 기본적으로 굿즈는 현실과 팬덤을 잇는 연결고리입니다. 이 밖에도 팬덤 안에서 다음과 같은 7가지 핵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1. 정체성의 선언 도구입니다. 굿즈는 "나는 이것의 팬입니다"라는 정체성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가방에 단 아이돌 키링, 책상 위의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나는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자기표현이죠. 팬들은 굿즈를 통해 말없이도 팬심을 드러내고 자신의 취향을 선언합니다.


2. 추상적인 애정을 현실화하는 도구입니다. 굿즈는 추상적인 '좋아함'을 구체적인 현실로 만들어줍니다. 팬심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도구로서, 온라인상의 팬심을 오프라인의 현실 공간으로 소환하여 '경험의 소유'로 전환합니다.


3. 공동체 의식 및 소속감 강화의 매개체입니다. 같은 굿즈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팬덤 안에서 강한 유대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응원봉을 흔들며 공연을 즐기거나, 한정판 굿즈 구매를 위해 함께 줄을 서는 과정 자체가 '우리'의 팬심을 확인하고 공고히 하는 중요한 상징이 됩니다.


4. 팬덤 내 사회적 인정의 증표입니다. 특히 한정판 굿즈나 희귀 굿즈를 소유하는 것은 팬들 사이에서 '나는 진짜 팬이다', '나는 이만큼 이 브랜드를 아끼고 참여하고 있다'는 사회적 인정을 받게 해 줍니다. 이는 팬덤 내에서 팬으로서의 깊이와 활동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증표가 됩니다.

5. 기억과 추억의 물질적 저장소입니다. 굿즈는 특별한 순간과 감정을 물리적으로 보존하는 타임캡슐 역할을 합니다. 첫 콘서트에서 구매한 응원봉, 데뷔 기념 앨범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그 순간의 설렘과 감동을 언제든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의 저장소입니다.


6. 참여를 통한 브랜드와의 정서적 유대 강화입니다. 굿즈는 단순한 상품을 넘어, 팬과 브랜드가 함께 만든 '작품'으로 인식될 때가 많습니다. 팬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되거나, 디자인 공모를 통해 탄생하는 굿즈는 팬들에게 참여감과 성취감을 안겨주고, 브랜드와의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더욱 강화합니다.

7. 자발적 바이럴 마케팅 도구입니다. 굿즈는 그 자체로 강력한 바이럴 마케팅 도구가 됩니다. 팬들은 자신의 굿즈를 활용한 인스타그램 인증샷, 언박싱 영상, 사용 후기 등을 자발적으로 생성하고 공유합니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다시 새로운 팬을 끌어들이는 선순환을 만들며, 비용 대비 최고의 홍보 효과를 안겨줍니다.


KakaoTalk_20251009_084945051.jpg 덕후들의 수집품도 굿즈와 같은 역할을 수행


굿즈는 본래 아이돌과 팬을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팬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습니다. 이러한 속성은 브랜드와 고객과의 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의 굿즈를 소유하고 사용하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단순한 구매자가 아닌,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지지하는 '팬'으로 정체화하고 깊은 소속감을 느끼게 됩니다.


굿즈는 팬심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며 , 자신이 소유한 굿즈를 SNS에 공유하는 행위는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외부에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수동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을 넘어, 브랜드의 가치를 자발적으로 확산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프로슈머(Prosumer)'이자 '앰버서더(Ambassador)'로 거듭납니다.


강력한 브랜드는 고유한 스토리와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팬들은 이 세계관에 매료되어 그 일부가 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이 세계관은 대부분 디지털 미디어나 광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굿즈는 브랜드가 구축한 이상적인 '세계관(Fandom)'과 소비자가 살아가는 '현실(Reality)'을 잇는 물리적인 '다리' 역할을 수행합니다. 마치 가상의 세계관에서 나온 '아티팩트(Artifact, 유물)'처럼, 고객은 굿즈를 소유함으로써 브랜드의 세계관에 물리적으로 접속하고 그 일원이 되었다는 증표를 얻습니다. 현실의 '나'는 굿즈라는 매개체를 통해 팬덤 속의 '나'와 연결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굿즈가 단순한 상품을 넘어 강력한 소속감과 정체성을 부여하는 이유입니다.


브랜드 굿즈, 성공하기 위한 7가지 조건


팬덤에서 굿즈의 핵심 역할을 이해하였다면 이제는 브랜드 굿즈로서의 성공조건을 추가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단순한 굿즈를 넘어 브랜드 굿즈로서 효과를 발휘하고 성공하려면 다음 조건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1. 확고하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반영해야 합니다.

성공적인 굿즈는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철학, 정체성과 명확하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굿즈의 기능이나 디자인이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이 거래 시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장바구니나 집 근처에서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슬리퍼를 굿즈로 제작한 것은 브랜드의 본질과 서비스 경험을 잘 살린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 탁월한 품질과 실용성을 갖춰야 합니다.

굿즈는 결국 소비자가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상품'입니다. 디자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품질이 조악하거나 실생활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품일수록 소비자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3. 한정성과 희소성을 활용해야 합니다.

한정판, 시즌 상품,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얻을 수 있다는 획득의 어려움은 굿즈의 희소성을 높여 강력한 구매 욕구를 자극합니다. 이는 굿즈를 단순한 상품을 넘어 '수집품'으로서의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희소성이나 예술성을 통해 소장 가치를 가질 때 고객들은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4.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해야 합니다.

굿즈에는 브랜드의 고유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로고만 박아 넣은 상품은 굿즈가 아니라 판촉물입니다. 제품 그 자체뿐만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 내부 구성, 심지어 언박싱의 경험까지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때, 소비자는 굿즈를 통해 브랜드와 깊이 교감하고 감성적인 유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5. 트렌드를 반영하되 브랜드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굿즈는 브랜드 경험을 전달할 대상을 명확히 설정하고 , 그들이 열광하는 최신 트렌드를 기민하게 반영해야 합니다. 특히 MZ세대는 이색적이고 독특한 아이디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이를 SNS에 공유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입니다. 2024년에는 키링 트렌드가 유행했습니다. 가방에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키링을 다는 문화가 확산된 것이죠. 하지만 단순히 브랜드 굿즈로 키링을 만든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키링에 브랜드만의 정체성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6. 인스타그래머블해야 합니다.

2025년 현재, 굿즈가 성공하려면 SNS 인증샷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뮷즈의 반가사유상 미니어처가 인기를 끈 것은 단순히 예뻐서가 아닙니다. 책상 위에 놓고 찍으면 감성 있는 사진이 나오고, 그 사진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송월타올이 발란사와 협업해 만든 타올쿤 캐릭터 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SNS에 올리고 싶게 만드는 디자인이 핵심이었습니다. 비슷한 아이템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굿즈는 눈에 띄는 참신함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트렌드를 쫓는 것을 넘어,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7. 적절한 콜라보레이션 전략이 필요합니다.

다른 브랜드나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굿즈에 새로운 스토리와 가치를 더하고, 서로 다른 팬덤을 결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서두에 언급한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 브랜드 '뮷즈(MU:DS)'를 사례로 브랜드 굿즈의 7가지 성공 조건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https://www.museumshop.or.kr/

첫째, 뮷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반영했습니다. 박물관이 보유한 전통 문화재와 유물이라는 핵심 자산을 굿즈의 중심에 두었습니다. 국보 반가사유상을 정교하게 재현한 미니어처, 김홍도의 그림 속 인물을 모티브로 한 취객선비 변색 잔, 민화 작호도를 귀엽게 표현한 까치호랑이 배지, 고려청자 자수 파우치 등 모든 제품이 박물관의 소장품과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는 박물관의 정체성을 제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전통문화를 현대적 디자인과 실용적인 제품에 접목하여 소비자가 문화적 유산을 감성적으로 소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굿즈를 보는 순간 국립중앙박물관을 떠올리게 만드는 명확한 아이덴티티 구축에 성공했습니다.


둘째, 탁월한 품질과 실용성을 갖췄습니다. 뮷즈 성공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기존 박물관 기념품의 조악한 품질이라는 편견을 깨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싶을 만큼 높은 퀄리티와 실용성을 갖춘 제품을 선보인 것입니다. 반가사유상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힙한 피규어로, 민화 속 익살스러운 까치호랑이를 귀여운 배지로 재탄생시키면서도 정교한 재현도와 실용성을 모두 확보했습니다. 백자 청화 초화문 편병 술잔 세트는 전통 백자 문양을 활용하면서도 현대인의 음주 문화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셋째, 한정성과 희소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뮷즈의 인기 상품들은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품절 대란과 오픈런 현상까지 일으켰습니다. 특히 BTS RM이 자발적으로 소개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즉각적인 품절 사태를 일으키며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매주 목요일 온라인 재입고를 정례화했지만, 여전히 인기 상품은 빠르게 소진되어 재입고 알림을 설정해야만 구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희소성은 굿즈를 단순한 상품을 넘어 수집품으로서의 특별한 가치를 부여했고, 예술성과 소장 가치를 통해 고객들의 구매 욕구를 강력하게 자극했습니다.


넷째,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구현했습니다. 뮷즈는 단순히 유물 이미지를 프린트하는 것이 아니라, 각 상품마다 문화재의 역사와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반가사유상의 숭고한 아름다움, 민화 속 익살스러운 까치호랑이의 해학, 고려청자의 우아한 미학 등 각 유물이 가진 고유한 서사를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냈습니다. 백자 청화 초화문 편병 술잔 세트가 전통 백자 문양을 활용하면서도 현대인의 음주 문화에 맞춘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것처럼, 각 제품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스토리 덕분에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소장 가치가 있는 아트 상품으로 인식되었고,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따라 소비하는 MZ세대의 가치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충족시켰습니다. 제품 자체뿐만 아니라 패키지와 언박싱 경험까지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여, 소비자가 굿즈를 통해 박물관과 깊이 교감하고 감성적인 유대를 형성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다섯째, 트렌드를 반영하되 브랜드 정체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뮷즈는 2024년 키링 트렌드에 발맞춰 까치호랑이 배지 등의 제품을 출시했지만,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전통 민화라는 박물관 고유의 정체성을 담았습니다. 2022년 1월 론칭 이후 전통 유물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힙 트래디션'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MZ세대가 열광하는 피규어, 변색 잔, 배지, 파우치 등 다양한 형태로 제품을 확장했습니다. 2024년 연령대별 매출 구성비를 보면 2030 세대가 압도적인데, 전통 문화재라는 소재가 자칫 나이 든 세대만의 것으로 보일 수 있음에도 뮷즈는 철저하게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춰 제품을 기획했습니다. 전통문화를 고루한 것이 아닌 힙하게 즐기려는 MZ세대의 트렌드를 정확히 포착하면서도, 박물관 소장품이라는 핵심 정체성은 절대 잃지 않았습니다.


여섯째, 인스타그래머블한 디자인으로 SNS 확산을 유도했습니다. 뮷즈의 반가사유상 미니어처가 인기를 끈 것은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라, 책상 위에 놓고 찍으면 감성 있는 사진이 나오고 그 사진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SNS에서는 "힙한 피규어", "방구석도 경주가 되는 마법" 등의 재치 있는 후기와 함께 자발적으로 인증샷이 확산되었습니다. SNS에 올리고 싶게 만드는 디자인이 핵심 성공 요인이었습니다. 비슷한 아이템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눈에 띄는 참신함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트렌드를 쫓는 것을 넘어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습니다.


일곱째, 적절한 콜라보레이션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뮷즈의 협업 전략은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첫째는 정기 공모전을 통한 창작자 협업입니다. 2025년 뮷즈 정기 공모에는 전년 대비 두 배 많은 3,000종 이상이 접수되었고, 그중 약 90종이 선정되었습니다. 디자이너, 작가, 일반인 등 다양한 창작자들이 참여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선정된 작품은 실제 상품으로 출시됩니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는 성취감을, 박물관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소비자는 다양한 상품을 얻게 되는 완벽한 협업 생태계가 구축되었습니다. 둘째는 인기 콘텐츠와의 연계입니다. "K-Pop Demon Hunters"처럼 현재 인기 있는 콘텐츠와 연계하여 관심을 증폭시키는 전략은 굿즈가 다시 콘텐츠로, 콘텐츠가 방문객 유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콜라보레이션은 다른 브랜드나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굿즈에 새로운 스토리와 가치를 더하고, 서로 다른 팬덤을 결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모범적인 사례입니다.


뮷즈의 성공은 오래된 것이 가진 고유한 서사가 현대적인 기획력과 만났을 때 얼마나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증명합니다. 박물관이라는 전통적 공간을 지루하고 오래된 곳이 아닌, 젊고 트렌디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며, 한국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 관심 속에서 하나의 문화적 수출품처럼 기능하며 해외 팬과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섰습니다. 뮷즈는 박물관의 역사와 스토리를 유리 진열장 안에 가두지 않고, MZ세대가 사용하는 언어와 방식으로 세상 밖으로 꺼내왔습니다. 이는 모든 브랜드가 자사의 핵심 가치나 탄생 스토리를 박제된 역사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형태로 재가공하고 재창조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제시합니다. 브랜드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표현 방식은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는 뮷즈의 성공 공식은, 브랜드 굿즈를 기획하는 모든 이들에게 완벽한 교과서가 되고 있습니다.


브랜드 굿즈, 브랜드 경험의 확장


브랜드 굿즈는 단순한 상품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팬덤과 소통하는 핵심 브랜딩 활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브랜드 굿즈는 브랜드의 추상적인 가치를 유형의 경험으로 전환시키고, 소비자와의 감성적 유대를 강화하며, 나아가 브랜드의 세계관을 현실로 확장하는 강력한 매개체입니다.


굿즈 마케팅의 성공 여부는 단기적인 '판매량'이 아니라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제고'에 의해 판단되어야 합니다. 단기적 매출이나 화제성에만 집중할 경우, 장기적으로 브랜드가 쌓아온 신뢰와 자산을 훼손하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실패들은 공통적으로 '브랜드의 본질'을 잊었을 때 발생합니다. 브랜드 철학 없이 트렌드만 좇을 때, 희소성을 통한 가치 전달이 아닌 단순 판매로 전락했을 때, 굿즈를 브랜드의 얼굴이 아닌 일회성 부속품으로 여길 때 심화됩니다. 따라서 굿즈 마케팅의 위기관리는 단순히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을 넘어, '우리는 왜 이 굿즈를 만드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성공적인 굿즈 마케팅을 위해서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스토리를 굿즈에 담아내고, 타겟 팬덤의 니즈와 트렌드를 끊임없이 분석하며, 무엇보다 품질에 대한 타협 없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굿즈는 팬덤의 현실적 표현이자, 브랜드와 고객을 잇는 지속적인 소통의 창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2025년, 굿즈 시장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NFC 기술, 액세서리형 기능 제품, 힙트래디션, 콜라보레이션의 다양화. 하지만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습니다. 진정성 있는 브랜드 스토리, 팬과의 진솔한 소통, 실용성과 아름다움의 조화,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협업의 즐거움입니다.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굿즈 마케팅은 '무엇을 파는가'가 아니라 '어떤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브랜드는 굿즈를 통해 고객을 자신의 세계관으로 초대하고,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공동 창조자'로 만들어야 합니다. 고객이 브랜드의 팬이 되고, 그 팬심을 굿즈를 통해 표현하며, 다시 그 경험이 새로운 팬을 유입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굿즈를 통한 지속 가능한 브랜딩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브랜드도 굿즈를 통해 팬들과 더 깊이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구체적인 전략으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팬덤 구축으로, 판촉물이 아니라 소장 가치 있는 작품으로. 그렇게 여러분의 브랜드도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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