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교를 맡은 지 4학기 째가 시작되었고, 어느덧 나는 교감이란 타이틀로 한글을 가르치게 되었다. 처음에는 우리 아이에게 한글을 익히게 하기 이해 시작된 일이었으나, 점점 일이 커져서 매 학기 20명 정도의 아이들을 두고 한글을 가르치게 되었다.
한국에서 5-6세가 되면 영어 교육을 어찌 시작해야 하나 하며 엄마들끼리 이런저런 정보를 주고받는다. 어린아이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많은 가족의 경우, 초반에는 영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오래 살고 있는 이민 가정의 조언에 따르면 오히려 한글 학습을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민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이 집안에서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점점 한국어를 사용하는 횟수가 줄어든다고 한다. 우리는 아직 3년도 안되어서 그 정도는 아니지만, 틈틈이 영어가 늘기는 한 것 같다.
한글공부의 왕도가 어디 있는가? 집에서 매일매일 글씨 읽고 쓰다 보면 시나브로 늘게 되어 있다. 이곳의 다문화 가정중 한쪽 부모가 한국인인 경우, 대화의 50%를 한국어로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보다 훨씬 덜 사용하는 것 같다. 한글학교에 맡기는 3시간 동안만 해서는 기대하는 수준으로 실력을 끌어올리기는 힘들다.
그동안 아이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읽기를 시도해 보았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지난겨울 어느 순간 혼자서 읽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받침이 있는 것은 '한'을 '하하하한 한한' 이런 식으로 혼자서 연습하면서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할 정도이다. 신통하기도 하고, 어떻게 이렇게 된 것이지? 나름 그동안 아이에게 했던 것을 하나하나 정리해 보았다. 마침 재미한국학교 협의회에서 자기 주도적인 한글학습이라는 테마로 연구지에 원고 청탁 요청을 받았다. 그동안 했던 내용을 쭉 정리하여 원고 송부를 마쳤다.
이렇게 보람된 일도 있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더 많기도 하다. 수 학기를 계속 참석했던 아이들이 간단한 단어(버스, 초밥, 아이 등)들을 읽지 못할 때는 좀 아쉽다. 작년에 가르쳤던 반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더 수준이 낮은 반을 하나 더 개설했다. 그 반에는 영어가 더 편한 아이들, pre k 친구들, 처음 오는 친구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학기도 더 힘차게, 열심히 가르쳐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