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저녁에 뭐 해 드세요? 나는 아침 식사와 점심 도시락을 책임지고, 우리 남편은 저녁을 책임진다. 아침에 자동으로 밥이 되도록 쿠쿠 예약을 하고 나면, 오전6시경에 1층에서 2층까지 맛있는 밥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요즘 아침은 맨날 김치볶음밥이다. 중학생, 초등학생, 남편이 먹을 아침과, 중학생 도시락까지 4명이 먹을 분량을 한다. 초등생과 남편의 점심은 하와이안 모닝빵 같은 것에 타깃에서 파는 감자 샐러드로 속을 채운다. 방울토마토와 큰 알 포도까지 챙겨주면 끝이다. 참, 도시락통에 수픈 넣는 것을 까먹으면 안 된다. zz
남편이 요즘 바쁘다고 저녁 6시 정도에 도착한다. 여기는 해가 5시면 져서 그동안에는 일찍 집에 왔지만, 분석할 데이터가 쏟아진다고 요즘은 늦게 온다. 우리 남편은 오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바로 주방으로 직행한다. 이미 퇴근 전에 “오늘 저녁은 머야?” 이러면서 카톡 대화가 오간다. 나는 필요한 재료를 보충하기만 한다.
나의 주 메뉴는 김치볶음밥, 계란 볶음밥, 라면 구운 계란 이 정도이지만, 남편의 요리는 스페셜하다. 고추잡채, 굴짬뽕, 닭튀김, 두부 강정, 라비올라, 브뤼셀 스프라우트 볶음, 수육 등등 사진으로 찍어둔 것만 이 정도이다. 누가 그랬나 저녁 6시 이후에 먹으면 살찐다고, 아침은 임금처럼 먹고 저녁은 거지처럼 먹으라... 전혀 안 지키고 살고 있다.
그 또한 맛있는 것 먹을 때, 같이 보고 싶고, 같이 먹고 싶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 [고창영 시집, <누구나 아는 정답>, 암튼 우리는 거의 남김없이 먹는다. 이 시간이 하루 중에 가장 즐거운 시간 이기도 하다. 남편의 메뉴를 간단히 소개한다.
1. 고추잡채-약간의 돼지고기와 피망 3개 정도면 충분하다. 하와이안 모닝빵 같은 것과 같이 먹거나 남은 식빵을 이때 처리한다. 남은 밥이 있어도 충분하다.
2. 굴짬뽕의 재료로 칼국수 면을 사 오라고 한다. 내가 바빠서 못 갔더니 스파게티의 약간 굵은면으로 대체해서 뚝딱 만들었다. 우리가 먹을 때만 저렇게 할라피뇨를 살짝 올려먹는다. 아이는 이 국물에 밥을 비벼먹는다.
3. 집 앞에 BBQ 매장이 공사 중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공사가 빨리빨리 이뤄지지 않는다. 언제 오픈을 할지 우리도 참 의문이다. 암튼 아이들은 닭튀김을 상당히 좋아한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남편이 직접 닭을 튀겨준다. 비싼 올리브 오일을 자꾸 쓰길래 아주 싼 오일을 사다 줬다. 튀김 할 때만 쓰라고. 여기에 양념치킨 소스를 찍어 먹거나, CHICK fil A 소스를 뿌려먹는다. 이것은 정말 만능 소스이다. (맨 아래 그림)
4. 두부 강정은 가성비가 좋다. 두부가 1달러 정도 할 때 5-6개를 미리 사둔다. 저렇게 강정을 만들어 먹으면 아이들이 좋아한다.
5. 라이올라-지난번 코스트코에서 MAINE LOBSTER를 세일해서 팔길래 그냥 사 왔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면서, 랍스터에 크림 같은 것이 함께 연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걸로 만든 음식이 라이올라인데, 자꾸 이름을 까먹어서, 무슨 비올라?? 내가 이런다. 이걸 완성한 후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치즈를 뿌리고 에어프라이어에 한 번 더 굽는다.
6. 브뤼셀 스프라우트 볶음, 지난번 홀푸드마켓에 갔을 때 가지에 매달린 이것이 귀엽다 하니 이걸 사사 볶음요리를 해내셨다. 내가 아스파라거스를 좋아하는데, 그 둘을 이용한 요리를 완성. 이름이 너무 길어서 아기 양배추라고 부르기로 했다.
7. 수육-인스턴트 팟...이라는 쿠쿠 비슷한 제품인데, 코스트코에 판다. 지난번 중고로 장만했는데, 아주 쓸만하다. 주로 하는 것이 수육인데, 고기가 아주 흐믈흐믈해져서 식감이 너무 좋다. 나는 고기 씹는 거를 별로 안 좋아해서 육류를 잘 안 먹는다. 그런데 이 수육은 로메인 상추 3개를 다 먹을 정도로 너무 맛있다.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고기, 로메인, 쌈장, 밥 이것만 있으면 저녁이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