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박사의 메릴랜드 일기 67
그동안 몰래 사놓은 선물을 창고에서 꺼내왔다. 새벽 4시에 알람을 맞춰두고 일어나 종이가방에 선물을 담아놓고 다시 잤다. 그동안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돈 없어서 올해 선물은 패스하자.라고 말을 해두었다. 전날에 교회 무대에 섰던 아이들이라 늦게 늦게 일어났다. 산타가 왔는지 가볼까? 하길래, 트리에 놓인 선물을 찍은 사진을 우리 집 단톡방으로 보내줬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하나씩 포장을 뜯느라 정신이 없었다. 너무 신난 막둥이는 기뻐서 뛰고 있는데 순간 포착한 사진에 머리카락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요즘은 폰으로 찍은 사진에 모션포토 기능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미니 크로스 핸드백과 책, 메모장 등등 아기는 진작부터 바비인형을 받고 싶다고 광고를 해놔서 그걸로 준비해 줬다. 똑같은 바비를 2개를 샀더니, 한 개는 옆집에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다.(마트에서는 29.99불 하길래, 아마존으로 12불에 미리 주문해 두었다.)
선물을 풀어보고 아침을 급하게 먹고 11시 예배를 보러 교회에 갔다. 평소에는 아이들과 다른 곳에서 예배를 했는데, 이런 특별한 날은 전교인이 큰 본당에서 연합예배를 한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주일이라서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뜻깊은 것 같다. 아이들은 쿠키하우스를 만들면서 2시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집으로 갔다.
오늘은 친분이 있는 세 가족이 모여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 집아이들이 5학년 7학년이라서 우리 아이들과 매우 친하게 지낸다. 교회 가족의 집에는 처음 놀러 가는 것이라 엄청 기대를 했는데, 아니나 다르게 너무 잘 정돈된 집을 보니 속으로 조금 찔렸다.
술 안 먹고 이렇게 긴 시간 대화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신 음식을 먹으면서 참 따뜻하고 즐겁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행복이 별거인가 이런 거지. 마음 맞는 사람들과 같이 맛있는 음식 나눠먹으면서 웃고 떠드는 거 그거면 된 거 아닌가. 밤 10-11시가 되어서 집에 도착하고 여전히 추운 날씨는 계숙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