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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드디어,개학 전날

만박사의 메릴랜드 일기 75

by 만박사


12월 22일에 마지막 등교를 하고 1월 3일은 오랜만에 등교를 하는 날이다. 학교로부터 개학날에 파자마데이를 한다고 방금 메일이 왔다. 아이들이 방학이란 것은 엄마인 나도 방학이란 것이다. 그동안 꺼 둔 알람을 다시 설정해두고 내일 일찍 일어나려면 오늘은 일찍 자야만 한다.


날씨도 좋고 아이들과 어디를 갈까 하다가 동네 문구점에 가기로 했다. 문구점 하면 한국의 초등학교 앞에 있는 문구점이 떠오른다. 내가 다니던 80년대, 우리 초등학교 안에는 문구점이 따로 있었다. 자랑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그 당시에 진짜 미국 사람이 와서 영어를 가르쳤고, 3층교실까지 급식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려지는 조금 좋은 학교를 나오긴 했다.


미국에서의 문구점은 그 스케일이 엄청나다. 문구만 파는 것이 아니라 사무용 기기, 잡화 등등 별 걸 다 판다. 우리 동네에는 Michaels라는 곳(문구류 중 조금 작은 것 혹은 잡다한 것 이 많음)과 Staples(문구류 중 좀 큰 것 사무용 기기도 많음)라는 곳이 나란히 있다. Staples는 이름만 들어도 문구점이라는 느낌이 확 오는데 Michaels는 이곳이 뭘 파는지도 몰랐다. 1년쯤 지나서 큰 아이가 미술학원에 다니게 되어 거기서 사 오라는 화방 용품이 Michaels에 가면 다 있다고 하여 처음 가보았다. 이처럼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뭐 하는 곳인지 모르는 상점들이 미국에는 꽤 많다.



요즘 크리스마스도 끝나고 어딜 가나 Clearance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Clearance라는 단어.ㅋㅋㅋ 앞으로 닥쳐올 기념일을 위하여 미리 준비하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당장 한 달 뒤에는 막둥이가 5살 생일잔치를 해야 하고, 2월에 밸런타인데이도 있어서 살만한 것이 꽤 있었다. 나는 오늘 여기에서 두 가지 상품을 득템 했다. 아래의 녹색 2tier 선반?뭐라해야하나,암튼 구매했다.

쇼핑을 다하고 나와서 보니 옆에 old navy가 있다. 사춘기에 흠뻑 빠진 우리 큰 아이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 나는 그냥 구경만 하고, 큰딸은 청바지 두 개를 12.99불에 샀다며 한 개에 6불 얼마 한다고 입이 귀까지 걸렸고, 둘째는 하얀 슬립온 스니커즈를 4.99달러에 샀다며 좋다고 난리다.


집에 와서 라면을 해 먹고, 짐 정리를 하는데, 집주인 할아버님께서 오셨다. 아이들 새해 선물로 우쿠렐레와 하모니카를 사 오셨다. 이렇게 친절하고 착하신 집주인할아버지라면 계속 월세를 살고 싶다. 색상이 마음에 안 들면 영수증 들고 가서 바꾸어도 된다고 하시면서 영수증을 주셨다. 가끔 오시면 아이들이 예쁘다고 용돈도 조금씩 주시긴 했는데, 악기를 사다 주셔서 나도 좀 놀랬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민을 오셔서 아들 두 명을 키우셨는데, 딸내미이 들을 보면 너무 이뻐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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