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에게 위로란 이런 거야

by 벽우 김영래

남들로 인해 참 많은 상처를 입는 직업 중의 하나가 소방관이다. 경찰도 비슷한데 약간 다르다. 우리는 손에 쥔 권력이 없다 보니 너무 쉽게 당한다. 현장대원들은 술 주정꾼에게 이유 없이 욕을 먹고, 멱살을 잡히고, 맞기도 한다. 싸움꾼들 사이에서 상처를 치료하다가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기가 다반사다. 누군가의 애달픈 죽음 앞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울부짖는 몸짓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엊그제는 집에 불났다며 다급히 소리를 질르는 시골 아주머니 음성이 스피커를 타고 나왔다. 20분이 넘는 시간을 달려간 곳엔 맘 졸인 보람도 없이 못쓰게 된 불탄 석가래와 그을 묻은 가재도구 몇 점만 간신히 건져냈을 뿐이었다. 소방관에게는 세상을 다 잃은 듯 넋 놓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이웃의 위로를 받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가시방석이다. 내가 그런 것도 아닌데 , 어쩔 수가 없었는데 너무 미안하다. 미안해서 아프다.


어제 자정이 가까운 깊은 밤. 소백산 인근에서 네 명이 산행을 하던 중 한 사람이 실종된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대원들의 가뿐 숨소리가 들리는 듯 바쁜 상황 보고가 올라왔다. 왠지 또 두렵다. 예전 그곳에서 있었던 슬픈 기억 때문이다.

한 치 앞도 허락하지 않는 순수한 어둠 속에서 낯선 짐승 소리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전설의 고향 같은 무서운 상상과 싸우고 있을 한 사람의 애달픈 맘을 헤아리는 것과 밤새 사람의 흔적을 찾아 산 길을 오가다 지쳐 잠시 쉬며 희뿌옇게 밝아오는 아침을 기다리는 구조대원. 모두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동이 틀 때쯤 다른 길로 무사히 내려왔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순간 지금을 버티고 있던 힘이 풍선 바람 빠지 듯 빠져나가지만 요구조자의 '상태 양호'가 구조자도 '상태 양호'로 만든다. 현장에 갔던 안 갔던 소방관은 누구나 똑같다. 그의 안심이 가장 큰 위로다.


상상해 본다. 맨날 훈련만 하고 사고 현장이 없어 맨날 놀기만 해도(?)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오늘도 누군가 불행하지 않아 다행이다. 다치고 아픈 사람 없어 안심이다. 더 잘 준비하라며 어깨를 토닥여 격려하고, 소방관이 한가해 행복하다 말이 유행한다. 상상만으로 웃음이 나는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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