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 리본 버릴까, 보관할까?

by 벽우 김영래

조의 리본 서랍에 넣어둘까?

그냥 버릴까?

고민이다.

청사 앞에 걸어두는 조의 플래카드도 애도기간이 지나면 떼어 내는데 버려야 할지 창고에 보관해야 할지 갈등이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하반기가 지나가는데 벌써 두서너 번 사용했던 것 같다. 서랍에 넣어 두자니 누군가 또다시 희생될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찜찜하고, 버리자니 예산을 들여 만들어야 할 일이 또 생길 것만 같다.

슬픈 갈등이다.

며칠 전 안성에서 동료 소방관이 희생되었다. 화재현장에 먼저 도착했던 그는 지하층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진입하던 중 폭발이 발생하면서 희생되었다. 현장에 가지 않았지만 알 수 있는 것은 당시의 상황에서는 관창(물이 나오는 호스)을 들고 앞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 또한 등골이 서늘한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이 가리키는 곳을 외면할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등에 진 의무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었을 가족의 기억을 그는 어떻게 지웠을까? 동료로 남아 있는 우리는 겨우 작은 리본 하나 가슴에 달고 있을 뿐 남들처럼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애도기간이 지나면 리본을 버릴까? 서랍에 넣어놨다가 다음에 또 쓸까 하는 고민 따위나 하고 있는데.

엊그제까지 한 방에서 근무하며 잠자던 동료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부상당한 동료는 또 어떨까? 둘이 마주 보며 좁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자리, 같이 밥 먹던 자리, 같이 잠자던 자리, 함께 차를 타고 달렸던 옆자리. 그 자리를 본다는 게 끔찍하지는 않을까? 내 살이 탄 아픔보다 더 큰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그도 생각해 본다.

아빠를 잃은 아이들의 슬픔과 아들을 잃은 부모는 또 어찌 시간을 보낼까.

인터넷 뉴스로 영결식 현장 사진을 보다가 아빠의 영정사진을 든 아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이 흘렀다. 누가 볼까 몰래 눈물을 훔쳐냈다.

청사 위에 펄럭이는 소방 기는 다시 제자리로 올라갔고, 13일까지 애도 기간이 끝나면 리본을 떼어야 한다.

서랍에 넣어 둘까?

그냥 쓰레기통에 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