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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래 Nov 07. 2020

비대면 교육, 이런 거구나!

바이러스가 바꾸는 세상 2. 

  '뉴미디어 트레이닝 교육'이라는 과정에 이끌려 톡에 자신 없는 톤으로'조용히 손 들어 봅니다'라고 몇 글자 올렸더니 담당자로부터 부리나케 연락이 왔다. 담당부서에서 급하게 명단을 제출하라며 처음 손 든 내가 바로 당첨된 것이었다. 

  처음엔 교육이 인터넷으로 하는 비대면 교육인 줄은 몰랐고, 나중에 문서를 보고 알았다. 신형 노트북을 장만해 둔터라 접속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회원가입까지 해서 입교 준비를 마쳤다. 

  집에서 받는 교육이 어떨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긴장된 기분과 집의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안심된 마음이 겹쳤다. 월요일을 기다렸다.  

  출근이 아닌 탓에 느긋했던 월요일 아침 교육시간은 용수철처럼 재빠르게 튀어 오르며 훅 다가왔다. 8시 반부터 교육기기를 점검하라며 알림 톡이 연신 울렸다. 시간이 좀 여유가 있는데도 맘이 급해졌다. 혹시 안되면 어쩌지? 사무실 출근을 해야 하나? 별생각이 다 들어 양치를 하는 둥 마는 둥 윗도리만 걸치고 카메라 앞에 앉았다.


  17번 교육생이 입장하였습니다.라는 글이 채팅창에 뜨면서 내 모습이 보였다. 일단 안심이 되었다. 다른 교육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27로 분할된 작은 화면에서 나를 찾기가 쉽진 않았지만 집중해서 응시하며 카메라에서 멀리, 가까이 움직여 보았다. 아 이렇게 되는 거구나. 

   교육담당 직원의 안내와 주의사항이 전달되는 동안은 집중력은 배가 되었다. 오리엔테이션에 이렇게 집중해 보긴 처음인 것 같았다. 실제 교육은 오후에 시작되었다. 

  점심을 먹고 소파에 앉아서 잠시 쉬다 보니 어느새 13시가 가까워왔다. 오프라인 교육과 다를 바가 없었다. 첫 수업은 외래강사 수업이었다. 핸드폰을 활용한 대화방 운영법과 QR코드 제작, 오피스 프래그램을 활용한 설문조사 실시에 대해서 배웠다. 

  강사는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교육생들이 볼 수 있게 비추며 전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칠판에 써가며 하는 강의보다 훨씬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강사는 자신이 비대면 교육에서 가장 잘하는 게 '똑같은 말 반복하기'라고 했다. 즉각적인 반응을 감지할 수 없어서 매번 똑같은 말을 두 번 이상 되새김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모르는 사람은 채팅창에 글을 남기라고 말했다. 


  오후 수업이 마무리되고 윗도리만 입고 있던 근무복을 벗고 나니 교육이 끝났다는 것을 실감했다. 다른 교육도 이와 비슷했다. 관심 없는 과목에서는 졸기도 했고, 과자를 먹으며 커피를 마시고 딴짓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비대면 교육에서 가장 쇼킹했던 것은 수요일 체육활동이었다. 교육과목 편성을 보면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했었다. 필라테스 강사가 보조강사와 함께 자세를 가르쳐주면 각자 카메라 앞에서 교육생들이 동작을 따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심지어 땀까지 났다. 층간소음이 우려돼 뛰는 것만 안 했을 뿐 몸풀기와 근육운동으로 충분한 체육활동이 되었다. 

  중간중간에 교육담당부서에서 출석체크를 위해 입장했다는 채팅창의 문구가 떴다. 교육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강제되는 부분이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오히려 오프라인 교육보다도 더 철저히 체크될 수 있기 때문에 효과면에서는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간의 짧은 교육이었지만 새로운 경험과 지식 습득을 위한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만 이런 경험과 시스템이 가끔이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을까 우려스럽다. 비대면 교육은 그냥 비상시에 써먹을 수 있는 플랜 B가 있다는 안심 정도면 족하겠는데. 

  비용과 시간의 절약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서 인간적인 면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만나고, 대화하고, 감정을 나눠야 하는데, 실제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 의심이 가는 무미건조한 사이보그의 세상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절한 언텍트와 콘택트의 조화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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