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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래 Feb 27. 2021

문, 어떻게 열까?

습관이 세상을 지배한다

  잠깐 근처에 있는 문을 보라. 집에 있는 문을 떠올려도 좋다. 안으로 밀면서 여나. 아니면 밖으로 당기는가? 

  사람들은 대부분 문을 안으로 밀고 들어가는 데 익숙해져 있는 듯하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사적인 공간의 경우 외부 혹은 크거나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이용하는 곳에서 작은 공간으로 밀고 들어가는 구조가 많은 듯하다. 다중이 이용하는 곳은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그랬는지 몰라도 양쪽으로 열리는 문이 많다.  

  문 여는 것뿐만 아니라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세상의 모든 것들은 습관에서 비롯되고, 그것이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습관의 지배를 받고 있다.    


  부모님 집 리모델링을 하던 중 문 여는 방식에 관해 아내와 의견이 갈렸다. 안방과 작은 방은 거실에서 오른쪽 안으로 열리도록 하는 데는 쉽게 의견 일치를 보았다. 화장실은 크기가 작아 안으로 밀고 들어가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문 앞에서 작은 방으로 이어지는 자투리 공간을 마땅히 활용할 용도가 없다는 것 때문에 매우 어색함에도 왼쪽으로 당겨 여는 것으로 어쨌든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보일러실이었다. 주방에서 직진을 하면 장독대로 나가는 큰 미닫이 창문이 있고, 오른쪽은 개방된 세탁실과 왼쪽은 보일러 실이다. 보일러실은 그야말로 한 사람이 들어가서 간신히 앉기도 힘든 비좁은 공간이긴 해도 안쪽 벽에 수도꼭지도 달고, 감자나 파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 공간이다. 아내는 밀고 들어가자 했고, 나는 당겨도 문제없다고 했다. 서로의 주장에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다. 몸에 밴 습관적 주장과 공간 활용도를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동전의 앞뒤와 같다. 밀면서 들어가면 나올 땐 당겨야 하고, 당기고 들어가면 밀면서 나와야 하는데 뭐가 다른 거지? 

  그런데 둘 다 어색할 엉뚱한 결론에 도달했다. 왼쪽으로 밀고 들어가는 문. 습관도 공간 활용도 깨졌는데.  


  임플란트를 몇 개 하고 났더니 치과 가는 일이 공포스러워 워터픽(특정 제품이 아님)을 계속 썼다. 습관이 붙어서 양치만 하기엔 허전하고 찜찜하기까지 하다.  

  어느 날 아들이 집에 와서 쓰고 워터픽을 쓴 모양이다. 난 늘 하던 대로 메인 스위치를 눌렀더니 물이 나오지 않았다. 수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 고장인가?' 하면서 두 번, 세 번 전원만 껐다 켰다. 불량제품이 왔다고 원망하며 팁도 뺐다 껴 보고, 물도 다시 채워 시도했다. 여전히 소리만 요란했다. 그런데 잠시 후 원인을 찾았다. 어이없게도 픽을 작동하는 손잡이에 달린 스위치가 꺼져 있었던 것이다. 아들이 쓰고 자기 습관대로 스위치를 껐던 것이다. 픽에 달린 스위치는 ON에 놓고 메인 전원만 켰다 껐다 했으니 그게 꺼져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쓴웃음만 나왔다.   


  차의 안전벨트가 장식품일 때가 있었다. 거추장스럽고 귀찮기도 했고, 운전을 잘못하는 초보자나 하는 것으로 인식되던 사회 분위기도 한 몫했지 싶다. 그러다 사망사고가 늘자 경찰 단속이 잦아지면서 벌금이 아까워 억지로 하게 됐다. 길게 잡아 뺀 후 빨래집게로 집어 흉내만 내는 사람도 있었다. 

  드라마에서도 차에 오르면 안전벨트 먼저 매는 장면이 홍보영상처럼 나오고 누굴 위하는 게 아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필수가 되었다. 지금은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앞이 허전하게 느껴진다. 뒷자리에 앉아도 찾아서 맨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몸에 익숙해지기까지가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쉽다. 좋던 나쁘든 간에. 오늘 아침 내 몸을 길들일 습관 하나를 만들어 보자. 모래알처럼 많은 반복이 뭉쳐져 만들어질 나의 바위. 나를 바꿔줄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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