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by 벽우 김영래

오늘 아침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이름을 불러본다

마른 가시나무 같은 손가락 사이로

척박한 흙이 술술 샌다

추운 봄이 오월을 힘겹게 넘는 날도

새싹이 돋지 않을 리 없는 계절이 이상한 듯

세 번째 옥수수 씨앗을 묻는다

시간이 데려간 아버지의 땅에 봄이 너무 힘겹다

어제 드신 점심이 아직도 뱃속을 돈다고

저녁도 굶으신다.

속이 아프다는 말 한마디가

솔 잎새로 지나는 바람처럼 아득해졌다

차마 병원에 가자고 옷소매를 끌지 못했다

씨앗은 어떤 땅에서도 다시 돋는 힘을 가졌지만

아부지는

자식들이 헤쳐온 그 땅이 척박해져

다시 돋을 힘을 얻지 못할까

두렵다.

바람 지난 허공처럼 아득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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