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는 아들에게

며칠간 내게 보여준 너의 삶이 너에게도 보였길

by 벽우 김영래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니 다행이다. 잘 생각했다. 왜냐하면 제대 후 며칠간 엄빠에게 보인 네 삶은 이 년여 간의 고단한 삶에 대한 위로처럼 보이지 않았단다. 다행히 운전면허를 따는 노력(?)이 그나마 가장 큰고 잘한 일이었다.

너나 네 누이가 살아갈 세상이 쉽지 않다는 거 잘 안다. 그런데 엄빠가 살았던 때도 그랬어. (이 말이 부질없는 꼰대의 말처럼 들리겠지만 어느 정도는 인정해 주기 바란다) 지금처럼은 아니지만 그때도 나름 힘들게 고민했고, 지금처럼 정보통신 같은 인프라가 좋지도 않았단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야"라면서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들을 때면 실망스럽기도 했단다. 젊은데 도전해보고 실패하면서 배우는 거지. 아빠가 오전 조직관리 강의 들으면서 인상 깊었던 말이 하나 있다.

"바보는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고 똑똑한 사람은 다른 실패를 하는 것"이란다.

젊은데 좀 실수하고 실패하면 어때. 나보다 더 시간이 여유롭잖아.

그런데 너의 지난 며칠은 쉼도 도전도 아닌 그야말로 방종 내지는 중독된 삶처럼 보였어. 친구가 중요하지. 또래끼리의 관계는 나중까지도 네 삶에 큰 자산이 된다는 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시간 죽이기의 반복된 행위는 같이 폭망 하는 거야. 그러면 나중에 그들과의 관계도 힘들어져. 나름 어느 정도의 위치에서 각자 제대로 된 역할을 하면서 만났을 때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거란다.

군대 가기 전 친구들과 여행했던 경험이 있어서 안심이 되고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 거라 믿는다. 아울러 예전의 여행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커진 눈으로 새롭게 세상을 보고 오길 바란다.

친구들끼리 갔으니 술 마시고 일탈하며, 시간 죽이기 위해 게임방에서 밤새우는 따위의 일은 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늦은 저녁노을 보며 친구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아침 일찍 일어나 여행지에서 부지런히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오기 바란다. 아들은 현명하니 아빠 말을 잘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오후 강의 들어갈 시간이다. 핸드폰으로 적다 보니 틀리고 어색한 표현이 있을 수 있어도 행간에 숨어 있는 아빠맘을 잘 읽어주길 바란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고 와라.

사랑한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