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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 대표 Oct 22. 2021

언제까지 화만 내고 살 건데?

얼마나 나의 성격과 능력 부족을 탓해왔는지 모르겠다.


ADHD는 알게 모르게 나와 내 주변을 갉아먹었다.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고, 통제되지 않는 충동으로 실수들을 반복했다.


예를 들면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습관 때문에 다른 책임들을 쉽게 져버렸다. 연애도, 직장도, 그 무엇도 제대로 끝나는 법이 없었다. 잠수를 타는 등 남을 배려하지 않는 선택을 자주 내리는 바람에 도덕적으로 자제력이 부족하고, 이기적이고, 반항적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갑작스레 치솟는 원인 모를 분노를 소수의 편한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는 식으로 풀기도 했다. 돈을 갚지 않는다거나, 새치기를 한다는 등 화내야 할 일에는 이상하리만큼 화가 나지 않았지만. 반대로 엘리베이터가 느리게 온다거나, 회전문 앞에 있는 사람이 느리게 간다거나 하는 사소한 일에는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러한 사고들은 대학 병원 홈페이지에도 쓰여있을 정도로 ‘명백하고 만연한 ADHD의 증상’이었다. ADHD는 전전두엽 집행 기능과 호르몬 분비에 문제를 가진 질병이었다. 어중이떠중이 질병이 아니고 WHO가 공식 공인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장애 등록까지 된 명백한 질병이었다.


병이어서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이 악물고 행한 수련이 한꺼번에 스쳐 지나갔다.


얼마나 나의 성격과 능력 부족을 탓해왔는지 모르겠다.


나의 참을성 부족이 병이 되기 전까지 나는 분명 부끄러운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20대 후반 직장인이었지만, 행동은 사춘기 소년과 다를 것이 없었다. 30초도 가만있지 못하고 움직였다. 하라는 일은 항상 까먹고, 그때그때 끌리는 일만 해왔다.


하기 싫은 일은 대부분 하지 않았다. 빨래, 설거지, 청소 등 당연히 해야 하는 귀찮은 일들을 최대한 미루며 살았다.


화도 너무 많이 냈다.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실수로 열림으로 누른 사람을 레이저 같은 눈빛으로 째려봤다. 어느 날은 평범하게 점심을 먹다가 어머니가 말을 걸어왔는데 거슬린다는 이유로 갑자기 머리를 긁으며 화를 냈다. 자동차 경적 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길거리에 귀를 닫고 눕는 일도 잦았다. ADHD 환자들은 종종 증상으로 예민하여, 특정 감각적 자극에 크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어머니께 화를 냈던 그날, 나는 지늘게 밥알을 씹으면서 죄책감, 두려움, 위기감을 한 번에 느꼈다.  그때 문제의 원인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각 혹은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해결해야 했다. 언제까지 느려빠진 회전문을 보며 부수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사소한 것에 불같이 화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치료를 받아야 했다.


ADHD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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