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때를 못 맞춰도 괜찮아"

아흔일곱 번째 이야기

by 또레이


서르니일기 #20180408


하늘에서 때아닌 눈이 내린다.
4월은 분명 벚꽃 놀이를 하는 날인데...
(심지어 오늘은 벚꽃 축제의 날이었는데...)
눈이 내린다.
-
때아닌 눈에 차는 막히고,
헛웃음이 나오기는 하지만,
눈이 참 예쁘게도 내린다.
-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슬로우 모션으로 내리는 눈을 보면서
가끔은 때를 못 맞춰도 괜찮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
모든 일에 때가 있다곤 하지만,
모두가 그때를 맞출 수 있는 건 아니다.
어쩌면 오늘 내리는 눈도 지난겨울에 왔어야 하는데 늦잠을 잔 녀석일지도 모른다.
늦게나마 최선을 다해 자신의 맡은 역할(눈)을 하면서 느리게 느리게 내려오는 녀석이 밉지 않다.
-
어쩌면 우리는 조금씩 때를 못 맞추고 있을지 모른다.
입시에 실패해 재수를 하면서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느리게 가고 있을지도 모르고,
취업에 실패해 한 분기, 두 분기 느리게 가고 있을지도 모르며,
나에게 맞는 짝을 못 찾아 원하는 결혼에 일 년, 이 년 느리게 가고 있을지 모른다.
-
만약 이 모든 걸 '원하고 있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스스로를 너무 책망하지는 말자.
오늘 내리는 눈처럼, 우리도 조금 늦잠을 잔 것일지도 모른다.
늦게나마 최선을 다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느리게 느리게 나아가면 된다.
가끔은 때아닌 눈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더 아름다울 수 있으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너 지금 행복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