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하나, 평범한 직장인 남자의 일기
일요일 아침 9시, 결혼식에 간다.
6호선 끝자락 태릉입구 근처에 사는 나에게
일요일 아침 11시 30분, 신도림에서 하는 결혼식은 고난과 행군이다.
전날 연신 '맛있다'를 반복하며 마신 제주 에일이 아직 체내에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커피로 인해 새벽 5시까지 잠 못 자던 아내를 토닥이며 함께 깼다 잤다를 반복하며 피곤함도 누적된 상태라 온몸이 무겁다.
마음은 반대다.
오랜만에 보는 전 직장 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반가움과 아침 11시 30분 예식을 위해 새벽부터 준비했을 신랑 신부의 피곤과 수고로움을 더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직접 그 과정을 겪어본 자의 이해심인가 보다.
이미 지나온 사람은, 같은 길을 걷는 다음 사람에게
더 느긋하고 더 큰 배려심으로 상대를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지금보다 더 넓고 깊은 마음으로 다음 사람을 기다려줄 수 있는 내가 되면 좋겠다.
오늘 날 참 좋다.
잘 살아요, 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