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2일 오늘의 연애
사귀진 않지만 사귀는 사이처럼 데이트도 하고 스킨십도 하는 사람과 만나고 있습니다.
이런 기간이 계속 지속되면서 저는 점점 그 사람에게 빠져들었어요.
아무것도 아닌 관계가 싫어졌고, 답답한 마음에 용기 내서 사귈 생각이 있냐 물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사귈 생각이 없다'라고 딱 잘라 말하더군요.
일 년 뒤에 가기로 계획된 유학 때문에요.
그 사람은 지난 연애들을 장거리로 안 좋게 끝났던 기억에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귀지 않고 지금 이 상태로 계속 만나고 싶어 합니다.
제가 그만 연락하라면 그만하고, 만나지 말자고 하면 만나지 않겠다고 합니다.
사귀는 것 말곤 제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는 이 남자,
저를 좋아하는 걸까요?
아니면 사귈 만큼 좋아하는 건 아닌 걸까요?
이 만남 어떻게 해야 할까요?
8년 전쯤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요.
서로 호감을 느끼면서 관계가 깊어가던 무렵, 그 사람이 다음 달에 1년 동안 유학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만약 사귀게 되더라도 남은 시간은 '딱 한 달'뿐이었죠.
고민을 해봤습니다.
'나는 이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은 걸까, 사랑을 하고 싶은 걸까'
딱 하루 밤 생각하니 답이 나오더군요.
저는 그 사람과 빠르게 타버리는 연애가 아니라, 오랫동안 키워나갈 사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다음날 제 마음을 고백했습니다.
'어차피 1, 2년 만나고 그만할 마음이 아니니까. 만나보자'고요.
매일같이 만나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떠나기 싫다고, 유학을 취소하겠다는 그 사람의 등을 떠밀어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의 롱디를 지나, 7년의 연애를 거쳐 그 사람은 저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남자분이 사연녀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지는 않아요.(또 완전 막 좋아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연락하고, 데이트하고, 스킨십도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하지만 깊은 관계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연애라는 게 결국 관계에 '책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니까, 롱디를 하면서 겪을 책임감과 부수적인 감정 소모가 부담스러울 수 있겠죠. 혹은 두려울 수도 있고요.
연애 대신에 썸만 타는 사람들과 비슷한 거죠. 무거운 연애 대신 가벼운 만남을 이어가고 싶은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은 거라면...
이렇게 한 번 말해보세요.
우리가 만난다고 '1년'이상 관계가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도 없고,
나도 유학생활을 기다릴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어 그때 가서 헤어지자고 할 수도 있으니까,
먼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말고 정식으로 연애를 해보자고요.
만약 이렇게 말했는데도 거부한다면...
책임감이 없는 혹은 책임감 자체를 거부해서 '가벼운 만남'만을 추구하는 사람이거나,
사연녀를 그 정도로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 것 같아요.
1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1년 후에 있을 유학&롱디가 두려워 연애를 못 하겠다는 건 '거짓말'이 아닐까요.
그 사람과 Go & Stop을 고민 중이시라면, 알려드린 것처럼 한 번 말해보세요.
응원할게요.
글쓴이. 해서 (or 설거지 잘하는 남자)
- 독립출판물 <너 진짜 축구싶냐?>를 썼습니다.
- 인스타그램 @haeseo.writing
글. 오늘의 연애
- 오늘의 연애는 '매일' 연재됩니다.
사연 신청. 오늘의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