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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레이 Sep 19. 2021

훈장

《너 진짜 축구 싶냐?》

전설적인 축구감독 알렉스 퍼거슨과 데이비드 베컴은 축구로 기사 작위를 받았다. 실은 나 역시 축구를 하면서 훈장을 몇 개 받았다.


초등학교 4학년, 처음 학교 대표로 다른 학교와 경기에 나섰다. 맨땅에서 축구할 때는 더 조심해야 하는데, 초등학생들의 동네 축구가 필요 이상으로 치열하고 거칠었다. 그날, 나는 말 그대로 '무방비 상태'로 백태클을 당했는데, 공중에 부양해 1m 정도를 날아가며 작은 돌과 흙으로 가득 찬 맨땅과 부대꼈다. 그냥 넘어져도 아픈데, 흙과 모래로 가득한 맨땅에 넘어지면 의도치 않은 눈물이 쏟아지고 절로 엄마를 찾게 된다. 게다가 피도 많이 난다. 아주 많이. 철철 흐른다는 표현이 딱 적합하다.


물론! 나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며, 학교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오른쪽 무릎의 상처를 훈장처럼 보여주면서 "어제 경기에서 말이야~ 내가 백태클을 당했는데 말이야~"라고 신나게 경기를 묘사했다.


어디 20년 축구 인생 속 영광의 상처들이 그것뿐이겠나.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어른들과 뒤섞여 축구하다가 옆집 아저씨가 찬 공이 얼굴에 정통으로 맞아 쌍코피와 함께 코뼈가 휘어 버렸다. (그때부터 나의 만성비염이 시작됐다.) 또 상대팀 축구화에 밟혀 깨져버린 발톱과 늘어난 인대 때문에 여러 번 했던 깁스까지. 다칠 당시에는 따갑고 쓰라리다며 울고불고했던 건데, 시간이 지나면서 묘한 뿌듯함과 자부심을 주는 훈장이 됐다.


그러고 보면 경기장 밖에도 예상치 못한 태클로 생기는 상처들이 있다. 넘어지고 까져서, 피도 나고 눈물도 나는 아픈 것들. 그래서 당장이라도 모든 걸 그만두고 싶게 만드는 일들. 이런 일들은 직장에서도, 친구나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운동장에서처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그럴 때 웃으면서 그거 별거 아니라고, 시간이 지나면 상처에 새살이 날 거라고, 나중에는 술자리에서 영광의 상처로 묘사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른이 된 나에게도,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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