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일곱 번째 이야기
#20180308
대학시절 문학 수업을 들으면서
'위대한 인물'은 장애물을 극복하면서 만들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꼭 위대한 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삶의 사건들도 어려움을 극복할 때 의미가 커진다.
그리고 신은 이겨낼 수 있는 고통만을 준다.
그걸 이겨냈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무언가가 남는다.
아침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넘었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4번 비가 내렸다.
아직 컴컴한 하늘, 바람을 동반한 비까지 내리면
아침 5시 일어나기와 운동하기를 포기하기에 딱! 좋은 날씨.
오늘은 그런 날씨를 보면서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의미 있는 도전을 위한 어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3년 전 여름,
순례자의 길을 걷는 도중에 두 발 가득 수 십 개의 물집이 잡혀 걷기가 불가능한 상태까지 갔었다.
친구들은 모두 먼저 떠났고, 혼자 남아 생각에 잠겨있던 내 눈에 지팡이 하나가 들어왔다.
먼저 이 길을 걸었던 누군가가 기부하고 간 지팡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If you need me, take me.'
지팡이를 짚어든 나는 그날, 시속 2km의 속도로 13시간을 걸어 밤이되어 숙소에 도착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지팡이가 아니었다면, 그날 나는 아마 끝까지 걷지 못 했을 것이다.
그때 지팡이는 내게 '포기하지 말라고, 이 또한 네가 넘을 수 있는 장애물이야'라고 말해줬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 태어나 처음으로 '모습도 이름도 모르지만, 우리를 지켜보는 신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지팡이와 나는 남은 600km의 여정을 함께했다.
만약 지금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다면,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자.
'너무 쉽게 성공해버리면 의미가 의미가 없으니까.
위에서 일부러 장애물을 설정하고, 지켜보는 게 아닐까'하고.
그럼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 시기를 넘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