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맛

쑥이 피는 자리

by 이경

주택의 겨울은 왜 이렇게 길고 추웠을까?


창문이 많고 그간 달아 놓은 커튼과 블라인드만 한 달 내내 설치했으니, 이사한 후 1개월은 너무 머리가 아프고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살던 집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이 1년째 비어있어서 그런지 손 보고 싶은 곳이 눈에 들어왔고, 막상 집 밖에서 보는 것보다 집 안에서 챙겨야 할 것들이 많은 부분이 있어서 2월 초 이사 후 우리 집을 제대로 즐기기 시작한 건 3월 후반 봄이 오고 꽃이 피기 시작하고부터였나 보다



어느 날 마당에 나갔는데, 황색 잔디사이로 초록색 쑥 잎이 올라와있는 걸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어릴 적에 엄마는 (지금도 그렇지만) 봄에 산에 쑥을 캐러 가고 강가 근처만 가면 고동이 있나 물안을 주의 깊게 살피곤 했는데, 그 기억이 남아있는지


마당에 작은 쑥 더미가 너무 새롭게 보였다.


그래, 이번 주 주말은 쑥을 캐서, 봄의 맛을 우리 가족들에게 알려줘야지!


호기롭게 선언하고, 토요일을 쑥 캐는 날로 지정해서, 아침에 일찍 아들의 아침을 챙기고 점심때 끓여 먹을 쑥을 캐기 위해 마당을 한번 돌았다.

아주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우리 세 식구 한 끼 정도는 국을 끓일 분량이 나왔다


우리 4살 아들은 아직 쑥과 잡초를 구분하기 어려운지 쑥 바구니에 잔디더미를 담아둬서 나중에 쑥을 씻는데 여러 번 손이 갔다


그래도 그 작은 손이랑, 여린 목소리로 '내가 쑥 캐주께~ , ' ' 내가 바구니 들 거야~,'라는 귀여운 종알 거림이 내년 이 맘 때도 또 쑥의 날로 지정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 전날 쿠팡으로 주문한 바지락도 때에 맞춰 도착해서, 우리 가족의 점심은 바지락 쑥국으로 맞이했다.


쑥의 향을 원래 좋아하지 않던 남편도 바지락 쑥국 한 그릇 먹더니 너무 좋아했고,


나의 사랑 아들에게도 '아들아~ 이게 봄의 맛이야, '라고 말해주니


'이게 봄의 맛이야? '라는 되물음이 돌아와 너무 귀여웠다.


작은 마당에 작게 핀 쑥이지만 그날 진정한 휴식을 한 느낌이었고, 집에 이사 온 날 처음으로 따뜻하고 편안하게 보낸 것 같았다.


쑥을 캐러 정찰 겸 뒷 산을 가봤더니, 진달래가 만개해 있던데, 담주는 진달래를 따서 진달래 화전을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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